6대 시중은행, 12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타행 대환대출’은 제외
자금 이동 앞두고 ‘고객 지키기’ 돌입했다는 지적 나와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은행권이 ‘상생금융’ 일환으로 내걸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가 정작 타행 대환대출은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에서는 ‘상생’을 외쳤지만, 실상은 원스톱 주담대 대환대출 인프라 본격 도입을 앞두고 ‘고객 지키기’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이 ‘꼼수 상생’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6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은 이달 한시적으로 전체 가계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가계대출 확대 방지를 위한 조기상환 유도, 취약계층의 부담 완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부산·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해당 방침에 동참하며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은행들의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는 고정금리 1.4%, 변동금리 1.2% 등으로, 통상 대출 실행 후 3년 내 상환 시 부과된다. 은행들은 기존 자금운용 계획이 변동되는 데 따른 손실비용이나 대출 심사 및 실행 시 부과되는 행정비용, 모집비용 등을 보전한다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건 은행들이 이달 시행한 수수료 면제의 조건이다. 주요 은행들은 본인 자금으로 대출을 상환하거나, 같은 금융사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경우에 한해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타행 대환의 경우 조건에서 제외됐다. 다른 은행의 더 저렴한 대출로 갈아탈 경우, 수수료 면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고객 지키기’를 위해 수수료 혜택 조건에서 ‘타행 대환’을 제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 1월 중 온라인에서 대출을 비교하고 갈아타는 ‘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가 주담대와 전세대출로 확대된다. 금융사 간 자금의 대거 이동이 예고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고객 유출 및 지나친 금리 경쟁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대환대출 인프라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한시적 수수료 면제 정책이 향후 예고된 타행 대환대출 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주요 은행의 차주가 이달 수수료 면제를 받고 같은 금융사의 상품으로 대환한 경우,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기간은 다시금 3년으로 늘어난다. 이 경우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타행 저금리 대환을 하려고 하더라도, 상당 기간 비용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받기가 더 힘들어진 상황, 수수료 때문에 상환을 꺼리는 수요보다는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은 금리 경쟁을 본격 시작해야 하는 상황을 앞두고, ‘상생’이라는 명분을 지키면서도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는 대환대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대출중개서비스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각 사에서 대환대출이 시작되는 시점, 내년 상반기 중 고객들의 수요가 크게 몰릴 것으로 보는 상황”이라며 “주담대 자산 비율이 전체 절반이 넘는 주요 은행들에서 이미 자체 대환을 진행할 경우 수요가 줄어들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은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타행 대환을 조건에서 제외했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서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근저당 설정비용 등이 있는데, 고객 자체가 타행으로 넘어갈 경우 이를 온전히 손해보는 것”이라며 “타행 대환까지 수수료 면제를 시행할 경우, 은행 수익이나 고객관리 측면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은 원칙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일로부터 3년 내 상환할 경우 예외적 부과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은행권이 연간 벌어들이는 중도상환수수료는 3000억원 내외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대출 실행에 드는 행정비용 등 실제 발생하는 비용만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