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내년 중·저신용 대출 계획 수립 마무리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내년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 대상 신용대출 의무 비중이 수치상 더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저신용대출 의무 비중을 지키다 보니 건전성이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다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대출 잔액이 아닌 신규취급액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등 기준을 완화하는 안을 두고 실행 여부를 끝까지 고심 중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의무 비중에 대한 운영 계획 수립을 마무리 중이다. 금융위는 지난 달 인터넷은행을 소집해 중저신용 대출 및 건전성 경영에 대한 각종 의견을 청취했다.
당분간은 고금리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중저신용자 의무 대출 비중치를 당장 더 올리지는 않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은행 3사는 출범 당시 각각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를 올해 말까지 달성하겠다고 했다. 당국은 이를 지키지 못하면 신사업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었다.
애초 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지금보다 더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기도 했다. 서민금융 공급이 갈수록 줄어드니 더 큰 역할을 맡기겠다는 목표와 함께 최근 은행권에서 준비 중인 상생금융에 동참시키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건전성을 고려해 의무 비중 수치를 더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저신용자의 (대출) 접근성은 지속되게 하면서 건전성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은행 3사중에 자신들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은행은 카카오뱅크가 유일하다. 카카오뱅크는 목표치가 30%로 타은행(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보다 현저히 낮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목표치까지 1.3%포인트 남은 반면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5.5%포인트, 9.54%포인트 부족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의 가계부문 무수익여신비율은 지난 3분기 기준 0.41%를 기록해 전년 대비 12bp(1bp=0.01%포인트)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0.83%에서 1.3%로 47bp 증가했으며 토스뱅크는 0.26%에서 1.17%로 91bp 급증했다.
무수익여신비율은 3개월 이상 원금 상환이 연체된 고정이하여신 중에서도 파산 신고 등으로 회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대출을 의미하는 비율로서, 이 비율이 급등했다는 건 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했다는 걸 보여준다.
이같은 이유로 금융당국은 의무 비중의 수치는 동결하되 인터넷은행들이 요구하는 각종 기준 완화는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은행은 그간 잔액 기준으로 맞춰온 중저신용 대출 의무 비중을 신규 취급 기준으로 재설정하거나,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집계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을 당국에 읍소해왔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지금 제시된 계획은 고금리가 도래할 지 예측하지 못한 채 수년 전 제출한 목표치”라며 “건전성 위주의 경영이 우선한다는 걸 당국이 이해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