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5년물 금리 5개월 새 ‘최저’
미국발 금리인하 기대감 채권시장에 반영돼
주담대 3%대 진입…“금리 인하 지속은 어려워”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최근 미국의 금리인하 신호가 거세지면서 그 여파가 채권시장을 이어 국내 대출금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은행채 금리는 7월 이후 최저치를 달성했으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도 두 달 만에 3%대로 내렸다. 다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더 이상 큰 폭의 금리 인하 양상이 나타나기는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채 금리 한 달 만에 0.6%포인트 하락
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4.132%로 지난 10월 1일(4.734%)과 비교해 한 달 만에 0.6%포인트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은행채 금리는 하루 만에 0.1%포인트가 줄어들며, 4.125%로 집계됐던 지난 7월 19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저점을 기록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0월 연고점 수준인 4.8%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줄곧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파로 은행채 가치가 하락한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은행채가 3%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기준금리 수준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최근 은행채 금리 변동이 나타나는 이유는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채권금리를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미국의 물가 지수 등 주요 지표가 안정세를 찾으며, 매파(긴축 기조) 성향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이에 지난 10월 장중 5%를 돌파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강세를 이어가며 지난달 30일 기준 4.2%대까지 하락했다. 미국의 국채금리는 전세계 채권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이에 지난 10월말까지 4%를 웃돌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3.5%대로 낮아졌다. 은행채 금리가 하향 조정된 이유다.
주담대 금리 3%대 진입…“빠른 하락 요인 더 없어”
이에 따라 은행채 5년물을 추종하는 주담대 고정금리도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3.82~6.02%로 9월 이후 다시 하단 3%대에 진입했다. 10월 말 6.5%로 형성됐던 고정금리 상단도 0.5%포인트가량 줄어들며, 5%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물론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도 사실상 ‘고금리 장기화’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통위는 “물가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 수렴할 거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한국은행의 기조를 매파적으로 해석하며, 국고채 금리가 일괄 상승했다.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0일 전일 대비 2.9bp(1bp=0.01%포인트) 상승한 3.583%로 마감했다.
은행권에서도 이같은 국내 통화 기조를 역행하는 수준의 극적인 금리 인하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생금융’ 등 정책적 요인을 고려해도, 은행 자체적으로 금리 인상이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이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한 채권시장 강세 현상이 빠른 속도로 반영됐기 때문에, 지난달과 같은 빠른 하락세가 나타날 요인은 크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