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지분 18.18% 콜옵션 행사 포기
-OTT 웨이브도 티빙과 합병 가시화
-ICT 패밀리사 시너지 효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추가 구조조정도 촉각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선택과 집중”
SK그룹의 테크 기업을 일컫는 이른바 ‘SK ICT 패밀리사’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된 계열사에 대해선 과감한 매각 추진으로 몸집 다듬기에 속도를 낸다. SK스퀘어가 SK쉴더스에 이어 11번가, 웨이브도 사실상 포기, 매각 수순을 밟게 되면서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극대화 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ICT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18.18%를 다시 사들이는 방식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80.3%)까지 한꺼번에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 2018년 당시 11번가 운영사였던 SK플래닛은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지분 18.18%를 넘기고 500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2023년 9월 30일까지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조건이 붙었다. 실패 시, 연이율 3.5%가 붙은 5500억원에 FI 지분을 다시 사오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11번가에 이어 동영상온라인플랫폼(OTT) 웨이브의 매각도 가시화되고 있다. CJ ENM과 SK스퀘어는 티빙과 웨이브를 합병하는 양해각서(MOU)를 내달 초 체결한다. CJ ENM이 합병 법인의 최대 주주가 되고 SK스퀘어가 2대 주주에 오르는 구조다. 현재 웨이브는 SK스퀘어가 40.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다. 최대 주주가 바뀌면서 사실상 웨이브도 SK 손을 떠나게 된다.
SK스퀘어가 11번가, 웨이브를 잇달아 팔아 치우는 것은 무엇보다 ICT 패밀리사 간의 시너지를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지 못한데다, 굵직한 경쟁사들이 장악하는 상황에서 빠른 ‘손절’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이 뒤따랐다.
실제 11번가는 2017년 한때 시장 1위를 차지할 만큼 1세대 오픈마켓의 대표 주자였지만, 갈수록 세분화된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SK는 아마존과 제휴를 통해 11번가 살리기에 나섰지만 쿠팡, 네이버의 양 강 체제로 굳어진 시장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웨이브 역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공세에 손을 쓰지 못했다. 티빙, 쿠팡 등 국내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티빙과 합병 시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최대 900만명에 달해, 넷플릭스(1137만명)의 뒤를 잇게 된다.
SK 테크 기업에 대한 크고 작은 구조조정이 추가로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앞서 지난 7월에 SK스퀘어는 SK쉴더스의 8600억원 규모 지분을 스웨덴 발렌베리가의 글로벌 투자회사 EQT파트너스에 넘긴 바 있다. 시장에선 SK쉴더스 매각으로 SK스퀘어의 순자산가치가 상승하는 등 성공적인 매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SK쉴더스에 이어 11번가, 웨이브까지 올해에만 3개의 테크 기업이 정리 테이블에 오른데 이어, 내년까지 추가적인 구조조정 작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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