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에 수능 대신 쇼핑대전 집중
수험생 감소…가맹점은 판촉비용 부담
전문가 “대면서비스 기피 분위기 영향”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수능 할인’이 예전 같지 않다. 저출산 여파로 수험생 수가 감소한 가운데 유통업계가 추가적인 할인 행사를 할 여력이 없어서다. 판촉 비용이 부담인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코로나19 이후 소비 행태가 바뀐 사회적 분위기도 큰 영향을 미쳤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 던킨, 배스킨라빈스 등 대표적인 식품 기업들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를 치른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할인 행사를 올해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코리아세일페스타, 중국 광군제 등 넓은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1월은 규모가 큰 할인 행사가 많고, 쇼핑대전으로 피로한 시기”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보다 수능 행사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업계는 코로나19로 수험생을 아우르는 젊은층의 소비 행태가 변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 유통업 관계자는 “코로나19 때 늘어난 배달 주문이 계속 이어지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유인책이 제한적”이라며 “수능이라는 단기 행사 외에 다른 할인이 진행 중이라 중복될수록 업체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험표를 제시하는 수험생들에게 할인을 적용하는 오프라인 행사의 특성 때문에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파리바게뜨, 스타벅스, 빕스 등 ‘수능 마케팅’을 마련한 업체들이 수험표를 제시하는 수험생에게 할인과 프로모션을 제공 중이다. 철저하게 오프라인 중심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대면서비스를 기피하는 방향으로 소비습관이 변화했다”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기업 입장에서는 수능 할인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소비 침체로 판촉 비용이 계속 늘고 있다고 토로한다. 특히 가맹점 사이에서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책홍보팀장은 “수능 마케팅도 결국 판촉 행사”라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비용 분담이 필요한 행사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판촉은 가맹점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본사에서도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가맹점주 사전동의제’에 따라 본사가 수능 할인 등 판촉 행사를 진행하려면 가맹점주 7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수능 행사의 대상인 수험생도 계속 줄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능 원서를 접수한 수험생은 올해 2023년 50만4588명으로 5년 전인 2019년(54만8734명)보다 4만4000명 감소했다. 수험생들의 관심도 예전 같지 않다. 네이버 데이터랩 키워드 트렌드를 살펴보면 지난 2020학년도 수능 당일에 100이었던 ‘수능 할인’ 키워드 검색량은 2023학년도 수능 당일 81로 급감했다. 네이버에 해당 검색어가 검색된 횟수의 변화를 수치로 나타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수험생들의 관심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통 업계는 11월 쇼핑대전과 함께 홀리데이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험생보다 폭넓은 연령층을 아우르는 크리스마스 등 연말 행사에 집중하려 한다”며 “이달 말부터 시작하는 연말 마케팅 역시 더 많은 소비층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