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지난 하반기 이후 국내 기업들을 짖눌렀던 강달러와 엔저, 내수침체, 실적 우려 등 대내외 악재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새해 투자와 고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매출성장과 함께 수익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사적인 이유다.
하지만 올 해 경제상황은 이같은 기업들의 노력이 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정도로 험난하다. 기업인들은 내수부진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주문했다.
▶한국 경제 ‘바깥’보다 ‘속’이 문제=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가 꺾어놓은 소비심리는 최근까지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 기업인의 51.7%가 가계부채와 실질소득 정체로 인한 내수부진을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주목할 점은 음식료와 서비스 등 내수 기업들은 물론 전자, 자동차ㆍ조선, 철강, 화학 등 수출 기업들도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한 데 있다.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13.4%), 서비스산업 경쟁력 미흡(5.2%)까지 포함하면 내수와 관련된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한 답변이 전체의 70.3%에 달했다.
반면 이미 오랜기간 우리 산업계의 문제로 지적된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구조와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가장 큰 문제로 본 응답자 비율은 각각 16.2%와 13.6%로 채 30%가 되지 않았다.
특히 한국경제에 곧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54.1%로 과반을 넘은 가운데, 가장 큰 잠재 위기 요인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꼽은 기업들이 36.5%에 달하는 점도 곱씹어 볼 대목이다. 공기업 등 국가채무 문제를 원인으로 본 견해(8.5%)까지 합하면 무려 45%가 내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기업실적부진(26.9%), 중국 경제성장 둔화(12.2%), 엔저 등 환율변동(8.5%) 등 당장 벌어지고 있는 현안을 앞지르는 비율이다.
금융보험 등 금융업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경우 곧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본 응답이 무려 81.8%로 유독 높은 점도 눈길을 끈다. 가계부채 등이 금융권 이슈인데다, 최근 환율과 원자재 등 글로벌 시장의 불안에 가장 민감한 것도 이들 기업이다. 만약에 위기가 닥친다면 금융위기 형태가 될 것이란 추론이 가능해 보인다.
▶세부담과 규제완화가 해법=내부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에 대해 기업들은 투자활성화를 꼽았다. 세부담 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를 직접 지적한 응답이 32.5%로 가장 많았고, 소비진작을 위한 각종 소득인상책(25.3%), 금리인하와 확장적 재정정책 등을 통한 간접지원(21.2%), 일자리 창출(21%) 등으로 뒤를 이었다.
모두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낼만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내수 회복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노력을 동시에 펼쳐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기업 투자를 직접 자극할만한 구체적인 정책제언도 나왔다. 기업관련 규제완화가 58.9%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법인세율 인하(27.5%)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상당히 높았다. 각종 포상제도 활성화(10.4%)에 대한 수요가 경영권 승계부담 완화(3.2%)를 크게 앞지르는 점도 이채롭다.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 규제완화의 성과가 아직 경영현장에서 피부로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법인세 인상 등이 기업 경영에는 치명적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음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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