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한해 글로벌 주요국이 단행해 온 통화 긴축의 파급력을 내년에 확인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13일 ‘무거위지는 시지프스의 바위(빚의 대가)’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지난 몇 년간 가계와 기업이 펑펑 써오던 빚이란 작은 바위는 긴축 사이클을 굴러다니며 어느덧 돌산이 돼 더 이상 굴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2024년은 올 한해 글로벌 주요국이 단행한 통화 긴축의 파급력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주요 신흥국(중국 제외)은 엄청난 기준금리 상승을 경험했으며, 이에 시장금리 또한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의 초저금리 수혜가 길게 늘어지면서 통화 긴축이 실물 경제에 스며드는 시점이 다소 지연 중이나 내년 시장 분위기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재난 지원금을 비롯해 세금과 대출금 납부 이연 기간도 만료되는 등 팬데믹 호재는 대부분 소진됐다. 2022~2023년 사이 주택 구매를 유혹했던 미끼금리(teaser rate)조차 내년 중 상당 부분 만료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시장의 경우 가계 소비가 아직 과열 상태이지만, 내년 선명해질 긴축 그림자가 가계 지출 규모를 키울 것이고 뜨거웠던 소비 열기를 식힐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고가 상품/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중저가 필수품 소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필수소비자 기업의 마진룸은 작은데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로 비용 전가가 여의치 않아 내년 기업 실적은 둔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팬데믹 때 발행된 저금리 부채 만기가 2024년 다가오는 데다, 내년 상반기 높은 레벨의 시장금리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으로 미국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은행까지 경기 둔화를 염두에 두고 자본력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 자연스레 대출 금리는 상승할 것”이라며 “기업 부도율 고점 시점이 앞당겨 질 수 있으며, 은행 대출 문턱에서 미끄러진 기업들은 사(私)금융 시장으로 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행히 기업 펀더멘털은 양호하다. 내년 시장 금리가 피벗(pivot,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할 경우 사모대출 시장 역할이 재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에 대해 이 연구원은 “갑작스런 대규모 재정정책(채권발행)과 소비 반등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됐다”면서도 “여전히 장기 성장성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유럽 경기 상황은 좋지 않지만 다행히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 중”이라며 “일본은 유럽에 비해 조금 형편이 낮시만 성장률이 강하진 못하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단기적 시장 금리 반락분을 반영해 채권 비중을 소폭 축소(-0.61%)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전례 없던 쿠폰 금리 매력에 해외크레딧 비중을 소폭 확대(+0.6%)한다”며 “미국 중심의 선진국과 중국의 바닥 인식론이 부각되며 주식 비중도 소폭 확대(+0.37%)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