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인당 영업이익 -94%로 최저…SK하이닉스 적자전환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 141% 증가…현대차·기아 60%↑
업황 반등 기대감에 주가 상승률 반도체가 2차전지·완성차 앞질러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의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자 수는 소폭 증가했지만,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는 이익 성장에 힘입어 직원 1인당 영업이익 창출 능력도 크게 증가했다.
13일 헤럴드경제가 각 사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지주사를 제외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사의 상반기 1인당 영업이익은 57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1억4800만원과 비교하면 61% 감소한 수치다. 6월 말 기준 기간제 및 정규직 근로자를 합산한 직원 수는 평균 1만9699명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1조1242억원으로 60% 줄었다.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찍으며 평균치를 크게 끌어내렸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1억6400만원에서 1100만원으로 크게 내렸다. 94% 줄어든 수치로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중 가장 크게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7조522억원에서 6조2843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1인당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직원 수가 1만105명에서 1만1793명으로 17%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41% 늘어 인당 영업이익도 106% 증가했다. 삼성생명은 인당 영업이익이 99% 늘어 그 뒤를 이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20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역대 최대 분기 이익을 경신 중인 완성차 업체도 직원들의 이익 창출력이 크게 늘었다. 현대차는 1인당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6900만원에서 1억900만원으로 58% 증가했다. 기아는 1억900만원에서 1억7700만원으로 63% 늘었다. 배터리 제조사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삼성SDI는 1인당 영업이익이 4% 늘었고, 자회사 SK온이 적자를 지속 중인 SK이노베이션은 94% 감소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사·완성차 업체로 실적이 갈리면서 평균 임금 상승률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평균 임금은 지난해와 동일했고 SK하이닉스는 10% 감소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기아는 각각 31%, 5%, 12% 증가했다.
반면,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반도체 업체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10일 종가 기준 각각 27%, 7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는 15%, 29%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5.63% 감소했다. 6월 말 기준으로는 26% 증가했지만, 2차전지주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들은 내년 업황 반등과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의 수혜로 반도체 업종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성장주이고 낸드와 디램 반도체는 가치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HBM의 이익 모멘텀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존 부문 턴어라운드로 흑자전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최종 사용자는 데이터센터로 테크 기업은 경기가 나빠져도 생성형 AI 분야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엔비디아의 칩을 필요로 한다”며 “반면, 테슬라의 고객들은 높은 자동차 할부 금리로 인해 고통받고 있어 반도체가 성장주나 가치주 관점에서 2차전지보다 우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평균 임금(6개월분) 상승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HMM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3700만원에서 7800만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HMM은 인당 영업이익이 2억6600만원으로 시총 상위 20개 기업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첫 번째로 이익 창출력이 컸던 곳은 삼성화재로 2억8200만원에 달했다. 삼성화재의 올해 상반기 기준 평균 임금은 52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