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고금리 장기화에 지정학적 불안 요인까지 맞물리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한국예탁결제원이 미국 주식시장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결제지연과 변동 폭이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1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작년 말 442억원에서 올 3분기 624억원으로 41.2% 급증했다. 전체 외화주식 투자의 88%가 미국 주식에 집중된 것이다.
예탁결제원은 관계자는 “기준금리의 지속적 인상과 지정학적 이슈 등에 따른 글로벌 증시 침체로 투자금액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 전고점 수준을 회복했다”며 “투자 비중이 가장 큰 미국 주식시장의 운영 제도는 국내 시장과 차이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결제지연 발생 가능성이 국내보다 큰 편이다. 결제주기(거래체결일로부터 이틀)를 엄격히 관리하는 국내와 달리 미 주식시장은 결제지연이 비교적으로 자주 발생한다. 미 현지주식 매수·매도 결제에 결제주기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한 없는 주가 변동폭도 주의가 요구된다. 미 주식시장은 30% 안팎의 제한을 두는 국내와 달리 일일 상·하한가 제도가 없어서 시장 변수에 의한 갑작스러운 주가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최대 인터넷기업인 얀덱스가 40% 넘게 폭락한 사례에도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과의 시차로 인해 국내 투자자의 현지정보 취득과 대응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예탁결제원은 강조했다. 또 상장폐지와 매매제한 등 현지 돌발 이벤트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 주식시장에는 국내와 다르게 가격 흐름에 의한 상장폐지제도가 있다. 뉴욕거래소(NYSE)의 경우 주식 가격이 30거래일 연속 1달러 미만일 경우 상장폐지될 수 있다. 또 국내에선 배당금이 지연되는 상황이 굉장히 드물지만 외화증권의 경우, 지급 지연·정정 등 재지급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현지 과세체계에 따른 고율 과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같은 배당소득세(15.4%)를 적용하는 국내와 달리 미 주식시장은 증권 유형에 따라 고율 과세나 추가 과세를 부과할 수 있다. 현지 과세체계의 특성을 고려해 투자자가 스스로 투자종목의 성격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예탁결제원은 “정기적 보관기관 평가, 업무 자동화, 제도 변화 대응 등 외화증권 투자지원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투자자는 국내와 다른 거래환경, 국제정세에 따른 리스크 등 관련된 정보에 대해 충분하게 정보 탐색하고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