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들의 커피에서 소비층 늘어난 ‘에스프레소’
파스쿠찌, 2021년부터 도입하며 전문 매장 확대
롯데월드몰 등 쇼핑몰서도 속속 입점시켜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쓰긴 쓰다. 크레마와 함께 마신 뒤 컵 아래의 설탕과 섞은 한 모금을 마신다. 에스프레소 전용 트레이에 놓인 탄산수로 입을 정리한 뒤 베리에이션인 ‘바닐라 빈 판나코타’를 마신다. 약간의 달달함에 다시 익숙함의 세계로 돌아온 것 같았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파스쿠찌 에스프레소 바에서 판매되고 있는 ‘에스프레소 세트’는 2잔의 커피로 새 경험을 선사한다.
프랜차이즈 커피는 물론 쇼핑몰까지 곳곳에 에스프레소 바가 점점 늘고 있다. 75㎖짜리 잔에 담긴 30㎖ 용량의 에스프레소는 원두를 20~30초 동안 고온·고압에 의해 추출한 커피로 ‘커피의 심장’이라고도 불린다. 과거에는 마니아의 커피로 인식됐던 에스프레소 문화가 일반 소비자에게도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의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는 이달 중순 6번째 에스프레소 바 전문 매장을 서울 서초구 양재역 인근에 연다. 파스쿠찌는 2021년 9월 에스프레소 바를 특화 매장으로 선보인 이후 양재점(SPC 본사)·센트로서울점·해운대 엘시티점·센트로서울대점·센트로천안점, 총 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기자가 방문한 센트로서울점의 경우 지난해 10월 오픈, 1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평일 점심 시간에도 곳곳에 작은 에스프레소 잔이 보이는 이곳은 상반기 에스프레소 매출이(1~6월 일평균 기준)이 지난해 하반기(11~12월) 대비 49.3% 상승했다. 파스쿠찌의 에스프레소는 소비자의 경험에 집중해 2잔을 세트로만 판매하고 있다 .파스쿠찌 관계자는 “에스프레소는 ‘쓰다’라는 인식이 있어 달콤한 디저트식의 베리에이션 음료를 함께 드실 수 있도록 판매 중”이라며 “에스프레소를 가미한 칵테일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 문화가 확산되면서 커피 본연의 맛을 찾는 소비자들과 함께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바 인기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프레소는 크레마(crema)·바디(body)·하트(heart)라고 하는 3개의 층을 만들어 추출해야 하는데 실력 있는 바리스타도 한국에 많아지면서 이를 구현하는 매장도 늘어났다”면서 “에스프레소 베이스 음료가 많은 한국에서 본연의 맛을 찾는 고객들이 최근 늘었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가 스타벅스 코리아에 의뢰해 올해 1~10월 에스프레소 시간대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4잔 중 1잔은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 1시)에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근 시간대(오전 7~9시)와 비교했을 때는 20%가량 높은 판매량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단순히 카페인 섭취를 통한 짧은 시간의 각성 효과가 아니라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에 에스프레소를 즐기려는 수요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메리카노의 절반 가격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GS25가 운영하는 카페 브랜드 카페25의 경우 지난해 3월 판매하기 시작한 에스프레소가 올해 10월 기준 350.8%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3~10월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223% 신장되며 지속적인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카페25에서 판매하는 에스프레소 한 잔의 가격은 1000~1200원 수준이다.
쇼핑몰 등 유통 채널에서도 모객 효과를 위해 에스프레소 바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시작된 뮬리노 에스프레소바는 지난해 12월 용산구 HDC아이파크몰에, 올해 9월에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도 입점한 상태다. HDC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카페가 많아졌지만 획일화되다 보니 이색 카페를 찾는 분이 많아졌다”며 “HDC아이파크몰의 경우 패션 층에 에스프레소 바를 입점시키면서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