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이사회, 화물 분리매각 승인
대한항공 EC 제출 시정조치안 결의, 효력 발생
PEF 운용사 보유한 LCC 행보 '주목'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대한항공이 해외 경쟁당국을 설득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리매각을 구상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이를 승인했다. 계획대로 양사 합병이 성사될 경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실제 매물로 나올 시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2일 아시아나항공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부 분리매각 안건을 승인했다. 이로써 대한항공 이사회 의결 역시 효력이 생겼다. 구체적으로 유럽 집행위원회(E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승인 받기 위해 유럽 4개 도시 여객 노선 이관, 화물사업부 매각 등의 시정조치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제 최종 의사결정은 다시 EC 손으로 넘어간다.
현재 유럽과 함께 미국, 일본도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번 딜을 주도하는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EC가 대한항공 시정조치안을 수용할 경우 미국과 일본도 화답할 여지는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10월24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유럽이 중요한데 유럽의 (심사) 기준에 다른 나라들이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한항공과 산업은행 계획한 대로 진행될 경우 거래 종결 이후 아시아나항공 관련 매물이 또 한 번 시장에 등장하게 된다. 화물사업부의 경우 해외 매각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잠재 인수 후보로 언급된다. 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일찌감치 LCC를 상대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에 대해 인수의향서(LOI)를 받으며 시장 분위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현재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인천, 에어프레미아 등 4곳에 대한 시장 주목도가 높다. 이들 모두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경영에 참여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티웨이항공은 작년과 재작년 JKL파트너스에서 총 1017억원을 출자 받으면서 PEF 운용사를 2대주주로 확보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VIG파트너스가 올해 1500억원을 들여 바이아웃(경영권 인수)를 단행하면서 최대주주로 합류했다. 에어프레미아에도 PEF 운용사 JC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JC파트너스는 보유하던 구주 일부를 초기 주주에 매각했으나 여전히 35%의 지분율로 에어프레미아 1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물 전용 항공사인 에어인천 역시 PEF 운용사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나아항공 화물 사업부는 팬데믹 당시 매출액 3조1493억원으로 전체 매출 기여도 73%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매출 비중은 19%, 엔데믹으로 전환된 올해 상반기까지는 22%를 보이고 있다. 화물사업부의 꾸준한 현금흐름을 고려하면 매물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절차가 종료된 이후에나 화물사업부가 매물로 나오는 구조”라며 “앞으로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