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맛은 다 똑같다?’

시중에 나와있는 수많은 생수 제품들이 포장만 달리했을 뿐 맛은 천편일률적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젠 고정관념을 버릴 때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양해지고 고급화되면서 생수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물 안에 들어가는 무기물이나 염분의 함량을 조절해 맛의 차이를 민감하게 느끼는 똑똑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고 CNN머니가 전했다.

일반적으로 물맛을 결정하는 건 산도와 염분이다. 칼슘, 마그네슘 등 무기물의 종류나 함량에 따라 알칼리성의 정도가 결정되고, 입 안에 넣었을 때 맛과 질감이 달라질 수 있다. 수원지의 토양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례로 노르웨이 탄산수 ‘보스’는 약간 씁쓸한 맛을 내 아스파라거스와 궁합이 맞는다. 덴마크의 고급 냉천수 ‘이스킬데’는 달면서도 약간의 흙냄새를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파스타나 버섯, 트뤼프 요리와 잘 어울린다. 1ℓ들이 1병에 24달러에 판매되는 아르헨티나산 고가 생수 브랜드 ‘라쿠엔’은 무기물이 적어 예민하게 맛을 느껴야 하는 초밥을 먹을 때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짭짤한 맛이 나는 스페인 ‘비치 카탈란’은 초콜릿처럼 달콤한 음식과 함께 하면 단맛을 배가시켜준다.

이런 미묘한 맛의 차이를 구별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최근에는 물 전문가 ‘워터 소믈리에’도 등장했다. 음식에 어울리는 포도주를 선별해 추천하는 소믈리에처럼 시판되는 수백종의 생수ㆍ탄산수와 음식을 매칭해 맛을 극대화하는 일을 한다.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워터 소믈리에를 고용한 업체들은 ‘맛’과 ‘이미지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레스토랑인 레이스앤스타크바는 지난해부터 물 메뉴판을 따로 두고 있다. 그 분량이 무려 42쪽에 달한다. 하지만 반응은 폭발적이다. 올해 유료 식수 매출이 전년대비 500% 증가했다.

이곳의 워터 소믈리에인 마틴 리즈는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아예 자체 생수 브랜드를 개발했다. ‘비벌리힐스 9OH2O’라는 제품명의 수제 생수는 세계적 식음료계 권위지 푸드베브(FoodBev)가 지난해 ‘세계 최고의 물’(WBWA)로 선정해 큰 관심을 모았다. 식당에서뿐 아니라 호텔, 고급 식료품점, 인터넷에서도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

리즈는 “물은 단지 물이 아니다”라면서 “물에 따라 단맛이나 짠맛이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라고 인기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저명 식품학자 마이클 마샤는 “1% 부유층만 물의 맛이나 궁합을 따지는 게 아니다”라며 “미국인의 경우 식습관 수준이 개선되면서 물에 대한 관심이 포도주처럼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