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정치적 측면에서 민주주의 대 사회주의, 경제적 측면에서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로 구분되며, 그 절대적 기준은 사유재산권의 행사 여부이다. 사유재산권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근간이자 시장경제의 기본이 되어 다양한 혁신과정을 거쳐 인류 문명에 발전을 가져왔다. 근대까지도 사유재산 중 하나인 토지는 상품이 아니었으며, 처분권을 가진 진정한 소유 대상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개념이 바뀐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인구증가의 압박으로 보다 합리적인 토지 이용방법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의 약 63%를 차지하는 산림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은 비용 부담 없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누릴 수 있는 ‘공공재’로 생각할 뿐, 산림의 66%가 엄연히 주인이 있는 사유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국민에게 맑은 물, 아름다운 숲 경관 등 공익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입목 벌채, 토지 사용 등 사유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 산림보호구역이 전국에 약 9만ha 규모로, 서울시 면적의 1.5배 수준이며 산주는 약 3만 명에 이른다.
산주의 입장에서 국가가 공공의 목적에 필요한 사유림에 대해 적합한 평가에 의한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한다면 공익규제를 감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와 별개로 산림에서 나무를 베어 활용하고, 다시 심고 가꾸는 선순환적 산림경영을 통해 산림생태적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숲을 조성할 권리도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국민에게 양질의 국산 목재를 공급하고 건강한 삶의 환경을 조성해주는 등 산림의 직·간접적 효용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반면에, 산림이 사유재산임에도 불구하고 공익을 위한 행위제한이라는 의무만 따르고 그에 대한 보상이 없이 산림경영 자율성마저 침해받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이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산림공익기능 유지를 위해 사유림 경영관리가 제한되고 사유재산권 행사를 못하는 산주의 토지사용료를 보상하거나 지원하는 방안 마련은 민주주의 국가의 책무라 할 것이다. 그동안 이런 부분들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시장경제론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행위라고도 볼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새 정부에서 산림공익에 기여하는 산주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한 산림공익가치보전지불제 도입을 위해 산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으며, 이제 그 결실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오고 있다.
한편, 근래에 이르러 산림경영은 대부분 복합경영 형태로 변화하여 숲에서 입목생산과 함께 단기임산물 생산 등을 함께 한다. 또한 산림이 문화 복합공간으로 활용되어 숲의 소득경영이 확장되면서 숲살림, 숲경영, 숲세권 등의 개념이 새롭게 나올 정도로 숲이 대세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임업인들은 산을 이용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미세먼지, 열섬현상 등 도시 내 환경문제 대책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최근 외국에서는 탄소배출권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증진 등 산림의 가치를 시장에서 거래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바, 앞으로 다양한 산림가치를 통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경제·사회·환경 분야로 연결되는 산림에 대해 산림공익가치 보전지불제가 도입되면 사회환경적 가치 창출과 함께 사유림 경영 활성화에도 일조하게 된다. 이는 산주, 임업인에게 그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가장 큰 난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진정한 산림분야의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푸른 숲을 가꾸기 위해 오랜 시간 나무를 심고 가꿔 산림공익에 기여하는 산주와 임업인, 그리고 산림을 즐기는 국민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산림르네상스 시대가 실현되기를 기원한다.
박정희 (사)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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