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실상 김행 지명철회…인사 검증 시스템 도마

국회 동의 필수인 대법원장·헌재소장…野협조 절대적

중동 정세 변화로 UAE 대통령 방한 순연…외교 차질

美대선 앞둔 바이든…시진핑은 ‘일대일로 포럼’ 勢과시

尹 국정 운영 동력 확보 비상…與에서도 “尹 원칙 패배”

김행 낙마에 대법원장 등 인사 ‘점입가경’…정상외교도 차질 [용산실록]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이른바 ‘주식 파킹’ 의혹, 인사청문회 중도퇴장 논란의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하면서 인사정국은 일단락되는 듯 하지만, 공석인 대법원장과 내달 공석이 되는 헌법재판소장, 후임 여가부 장관 인사까지 첩첩산중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정치권이 내년 4월 총선 레이스에 들어갔고, 국내 이슈를 전환할 기회인 외교일정도 중동 사태로 차질을 빚으면서 단기간에 국면을 타개할 모멘텀도 쉽지 않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윤 대통령은 여당의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청을 받고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지명 철회’하면서 민심을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 취임 후 낙마한 장관급 후보자는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5명으로 늘었다. 다만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35년 만에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사례로 꼽히고, 중도 사퇴한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까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후임 대법원장 후보자와 내달 10일 임기가 만료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임자까지 물색해야 한다.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은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이어서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윤 대통령이 자신감을 보이는 경제외교 일정도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차질을 빚게 됐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이달 중 방한 예정이었으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과의 무력 충돌 여파로 양국 간 협의 하에 순연했다.

모하메드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양국은 지난 1월 윤 대통령의 UAE 국빈방문을 계기로 UAE측이 약속한 300억 달러(37조원)의 대(對)한국 투자에 대한 후속조치를 논의할 계획이었다. 대통령실은 방한 일정이 순연됐지만 300억 달러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도 외교변수로 떠오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수교 협상을 통해 중동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바이든표 인·태전략 구상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중동 전선이 추가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북중러의 전략적 협력은 강화될 전망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내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130개국 대표가 참석하는 제3차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을 계기로 세(勢) 과시에 나선다. 북한은 이달 중 3차 우주발사체 발사를 예고했고, 푸틴 대통령 방북을 논의하기 위한 장관급 회담도 예정돼 있다. 지난 5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외교성과를 지속적으로 도출하기에 한반도 주변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쉽지 않다.

내치와 외치 모두 녹록하지 않은 가운데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윤 대통령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윤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대통령실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 이미 퇴직하거나 출마 의사를 밝힌 대통령실 직원들이 3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집권 2년차를 지난 현 정권이 반공(反公)을 강조하며 ‘이념’을 원칙으로 세우면서 수사 및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전임 정권의 잘못을 부각하는 방식의 메시지에서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실력을 보여주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윤 대통령의 원칙이 패배한 선거”라며 “멀리 보고 정치를 하셔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