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설탕’ 탕후루 개당 당류 20~30g 수준
어린이·청소년, 탕후루 돌풍 전에도 ‘당 섭취 과다’
업체 측 “음료 등도 당 많아…논란 부풀려져”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외식하다 보이면 1주에 한두 번은 사주고 있네요. 당(糖)이 걱정되긴 하는데 아이가 평일에 학원 앞에서 먹는 거까지는 제지 못하니 고민입니다.”
경기 지역에서 초등학생 2명을 키우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털어놨다. 자녀의 이색 간식으로 최근 인기인 탕후루 때문에 김씨처럼 고민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1년 새 10배 규모로 성장한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업체 대표가 청소년 당 과다 섭취 우려와 관련해 국정감사 현장에 출석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2일 탕후루 프랜차이즈업체 달콤나라앨리스의 김소향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재택해 질의할 예정이다. 이 업체의 달콤왕가탕후루는 올해 9월 기준 전국 400개가 넘는 가맹점을 보유한 국내 최대 탕후루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복지위는 김 대표에게 청소년 건강권 측면에서 설탕 과소비와 소아 비만 등 문제에 대해 물을 것으로 전해졌다.
탕후루는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설탕을 입힌 중국식 과일 디저트다. 꼬치 하나당 당류는 20~30g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탄산음료를 비롯해 당이 줄인 ‘제로’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탕후루라는 예상 밖의 돌풍이 불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탕후루가 당 과다 섭취를 일으킨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데 대해 탕후루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달콤왕가탕후루에 따르면 탕후루 꼬치 하나당 당류 함량은 각각 ▷블랙사파이어(24.7g) ▷애플포도(22.3g) ▷파인애플(21.5g) ▷샤인머스캣(21.1g) ▷거봉(15.6g) 등이다. 달콤왕가탕후루 관계자는 “탄산음료 한 캔에도 당이 40g, 스무디에는 65g가 들어간다”며 “일반 디저트와 비슷한 수준임에도 탕후루에 대한 ‘당 문제’가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탕후루의 당 섭취량만 봤을 때는 다른 음료나 간식에 비해 특별히 높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커피·음료 프랜차이즈 29개소에서 판매하는 음료(커피·스무디·에이드) 58개 제품을 대상으로 영양성분 표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커피류 29개 제품과 스무디·에이드류 29개 제품의 당 함량이 각각 37g과 65g이었다. 대표적인 간식인 아이스크림의 당류는 개당 15~30g, 탄산음료인 코카콜라 또한 200㎖ 제품 기준 당류는 27g 수준이다.
문제는 탕후루가 유행하기 전부터 이미 어린이·청소년이 당류를 초과 섭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올해 6월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기준 6~18세 3명 중 1명은 당류 섭취량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청소년 하루 총 열량의 10% 이내로 2000㎉일 경우 당류 50g)을 초과했다. 구체적으로는 어린이(6~11세)는 남자 36.4% 여자 44.2%, 청소년(12~18세)은 남자 30.3%, 여자 51.6%가 초과섭취자였다. 당시 식약처는 “여자 어린이·청소년의 권고 기준 초과 비율이 남자에 비해 높다”며 “음료류·캔디류의 간식을 자주 섭취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성인의 당류 섭취량은 줄어든 상태다. 2021년 전체 국민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열량 1937㎉ 기준 34.6g)이 7.5%로 WHO 권고 기준보다 낮았다. 2019년 36.8g 대비보다도 약 6% 줄었다.
전문가는 식습관이 형성되기 전 단당류를 자주 먹는 습관을 갖게 되는 게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말한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탕후루 같은 디저트류는 불필요한 당 섭취가 문제”라면서 “자기 절제가 어려운 성장기에 단순당(simple sugar)을 쉽게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이게 습관이 되면 성인이 돼도 바꾸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단맛 같은 입에 부드러운 식품이 아니라, 껍질째 과일을 먹는 등 식품 그대로를 거칠게 먹는 식습관을 성장기에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