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원윳값 오르자 관련 유제품 잇달아 인상
제빵업계 “가격대 높은 버터·치즈·생크림 등 부담”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계란·밀가루·설탕·생크림·우유·오레오·버터 중 값이 안 오른 재료가 없습니다. ‘가격 인상’이라는 요인이 소비자 심리에 가장 직접적이다 보니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최근 원윳값 인상으로 인해 흰 우유를 비롯해 관련 유제품 가격이 연이어 오르면서 제빵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빵업계 사이에서는 우유보다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있는 버터, 치즈 등 가공 유제품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월부터 원윳값 인상…버터·생크림·치즈 등 관련 유제품 잇달아 가격 인상
11일 업계에 따르면 10월부터 원윳값이 인상되면서 버터, 생크림, 치즈 등 관련 유제품 가격도 줄지어 인상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상 제품군은 치즈와 버터다. 매일유업은 1일자로 치즈 가격을 6~9% 인상했고, 남양유업은 치즈 등 유제품 가격을 평균 7% 인상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국산 원유를 사용하는 일부 버터·치즈 제품을 인상하기로 했다.
생크림 역시 올랐다. 매일유업은 6일부터 대형마트와 할인점 등에서 생크림 200㎖~1ℓ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9% 인상했다. 카페, 베이커리 등 업체를 대상으로 한 B2B(기업간 거래) 제품 가격은 인상 시기를 검토 중이다. 서울우유와 남양유업도 생크림, 휘핑크림 등 가격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검토하는 단계다.
이번 인상은 1일부터 음용유(흰 우유)용 원유 가격이 ℓ당 전년 대비 88원 인상된 1084원, 가공유용 원유 가격이 87원 인상된 887원으로 각각 오른 것에 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흰 우유는 유업체별 기존 가격의 평균 3~6% 수준으로 올랐다.
제빵업계 “흰 우유보다 버터·치즈 등 관련 유제품 인상이 더 부담”
특히 윈도 베이커리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관련 제품까지 덩달아 가격이 오르는 ‘밀크 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을 체감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인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있는 버터, 치즈 등 가공 유제품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수제 케이크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26) 씨는 “흰 우유는 가격이 소폭 오르기도 하고, 대리점이 가격 인상 리스크를 떠안을 때도 있어 그나마 부담이 적은 편”이라며 “크림치즈나 버터는 가격 변동이 1000원 단위가 아니라 1만원 단위로 널뛰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했다.
경기 시흥시에서 개인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7) 씨도 “우유보다는 관련 유제품인 치즈나 버터가 고가이다 보니 조금만 인상돼도 타격이 크다”며 “버터의 경우 평균 20~30% 정도 인상됐고, 치즈는 30~50% 정도 인상됐다”고 했다.
생크림의 경우 여름철 젖소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원유 수급이 어려지면서 품귀현상도 이어졌다. 최근 가격 인상 소식까지 겹치며 식물성 크림 등 대체재를 고민하는 자영업자도 있다.
연이은 원재룟값 인상 소식에 일부 자영업자는 제품 가격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 이씨는 “올해 1월 1일부터 가격 인상을 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는 도중 인상 계획이 없지만 내년에도 동일하게 유지해야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도 “코로나19 이후 원재료 가격의 지속적 인상으로 올해 판매제품 가격을 이미 10% 정도 인상했다”며 “가급적이면 추가 인상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앞으로도 계속 원재료 가격이 인상된다면 10%정도 또 다시 인상할 계획이 있다”고 털어놨다.
올해부터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실효성은 ‘물음표’
올해 1월 1일부터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됐지만, 유제품 가격 인상 최소화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의 용도에 따라 ‘음용유(흰우유 등 마시는 우유)’와 ‘가공유(버터·치즈 등 제조에 사용되는 우유)’로 가격을 나누는 제도다. 당시 정부는 음용유는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가공유 가격은 더 낮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실제로 가공유 가격 인상 폭은 지난해에 가공 유제품 가격 인상 폭은 제도 시행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서울우유는 제도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우선 적용되는 가공유는 10만t으로 국내 생산량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전문가는 제도 도입과 함께 국내산 원유에 대한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지인배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가장 핵심은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낙농업 구조상 사료를 다 수입해 먹이는 상황에서 생산비 줄이는 건 한계가 있다”며 “생산비를 줄일 수 없다면 소비 시장에 생산 구조를 맞추자는 의도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