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외식 물가 상승률 4.9%
외식 부담에 ‘홈술’로 되돌아가는 소비자
오비맥주, 제품 출고가 평균 6.9% 인상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가족과 ‘치맥(치킨+맥주)’하러 갔더니 10만원이 나왔습니다. 동네 치킨집은 저렴하게 한 잔 하러 가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집에서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임윤서(35) 씨는 최근 동네 치킨집에 갔다 올라간 물가를 체감했다고 털어놨다. 임씨는 “프랜차이즈 치킨집도 가격이 많이 올라 포장해서 2000원이라도 할인을 받아 먹는다”며 “그나마 동네 치킨집은 저렴한 맛에 찾았는데 안주와 맥주 가격이 부담돼 예전처럼 자주는 못 올 것 같다”고 했다.
치솟는 물가에 ‘홈술’로 돌아가는 소비자…9월 소비자물가지수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
물가가 오르면서 커지는 외식 부담에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이 선언되면서 이전보다 외식 활동이 늘어났지만, 치솟는 물가에 홈술로 돌아가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홈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주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일부 소비자의 경우 술은 마트에서 구매하고 안주는 포장하거나 직접 만들어 먹는 등 외식 활동의 빈도를 줄이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55) 씨는 “마트에서 1ℓ 맥주 1병을 3990원에 샀는데, 호프집에서는 500㎖ 한 잔에 최소 5000원이라 2배 넘게 차이난다”며 “안주 가격도 부담돼 집으로 포장해와 먹는다”고 했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 100 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0.3%포인트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외식’ 부문의 물가 상승률은 4.9%로 전체 평균보다 1.2%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 이후 28개월째 평균을 웃돌고 있다. 외식 부담이 다른 품목보다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식 부문 39개 세부 품목 중 물가 상승률이 평균을 웃돈 품목은 31개로, 79.5%에 달했다. 모든 품목은 1년 전에 비해 물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재룟값 상승에 슈링크플레이션까지…“안주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은 점점 줄어”
원재룟값 상승으로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이 적거나 부실해지는 ‘슈링크플레이션’을 체감하는 소비자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종원(40) 씨는 “요새 술집에서 나오는 안주도 양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골뱅이무침에는 골뱅이보다 콩나물 양이 훨씬 많아졌고, 치킨집에서는 치킨 조각 수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세현(26) 씨는 “예전에는 친한 친구 4명끼리 술집에 가면 안주 2개로도 충분했는데, 지금은 사이드 메뉴까지 4~5개는 시켜야 부족하지 않다”며 “앞으로 술값도 오른다고 해 돈도 아낄 겸 집에서 마시려고 한다”고 했다.
자영업자 이모(44) 씨는 “원재룟값에 인건비, 가스비, 전기세 등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손님이 끊길까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며 “특히 채소 가격이 많이 올라 대체할 수 있는 메뉴를 찾아보거나 손님에게 나가는 밑반찬 개수를 줄이고 있다”고 했다.
오비맥주, 11일부터 출고가 평균 6.9% 인상…주류업계, ‘도미노 인상’ 번질까
오비맥주가 주류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외식 물가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오비맥주는 오는 11일부터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 가격을 평균 6.9% 인상한다.
오비맥주의 맥주 가격 인상으로 주류 업계가 도미노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에도 오비맥주는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가격을 7.7% 인상했다. 이후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는 각각 7.7%, 8.2% 잇달아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다만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원재룟값 등 인상 요인은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인상 계획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도 “통상 가격 인상 시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전에 안내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라며 “아직 주류가격 인상과 관련해 논의된 내용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