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임명동의 부결…반대 175표

1988년 이후 35년만…대통령 다시 지명해야

안철상 선임대법관 대행체제 장기화

재산신고 누락 등 각종 의혹 문턱 못넘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6일 부결됐다. 재산신고 누락, 대통령과 친분, 성인지 감수성 저하, 뉴라이트 역사관 의혹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당분간 안철상 선임대법관 대행 체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했다. 295명 재적의원 중 175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가결 요건인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훨씬 못 미쳤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건 35년 만이다. 이 후보자는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된 사례로 기록됐다.

이 후보자는 지난 8월 22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대법원장 후보 지명을 받았다. 이후 지난달 이틀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10억원 규모의 비상장주식 재산신고 누락, 성인지 감수성 저하,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위안부 및 건국절 등 역사관과 관련해 질타를 받았다.

이 후보자는 비상장주식을 3년간 재산신고하지 않은 점에 대해 “매우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과 친분관계에 대해서도 “그냥 아는 정도지 직접적 관계는 아니다”라고 반박했고 성인지 감수성 감형 판결에 대해선 “항소심 재판부로서 1심 양형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 해명했다.

‘위안부 피해자는 자발적 매춘’이란 극우적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묻는 인사청문 질문에 “사건을 처리해본 적이 없어 아는 바가 없다”고 답변한 게 추후 논란이 되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한민국 건국절을 두고는 “1948년 8월 15일”이라고 답해 뉴라이트 사관 지적이 이어지자 “역사적 뿌리는 임시정부로부터 내려온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과반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및 정의당이 표결 직전 부결 당론을 채택하면서 끝내 낙마했다. 대법원장 공백은 1993년 9월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뒤 최재호 전 대법관이 13일 간 권한대행을 한 이후 30년 만이다. 새로운 후보자 지명 후 인사청문 절차 등을 감안하면 안철상 선임대법관 대행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대법원장이 임명되기 전까지 사법부 수장 공백으로 인해 전원합의체(전합) 기능 및 사법행정 제약이 불가피하다. 안 선임대법관이 권한을 대행하고 있지만 직무권한 범위가 불명확해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대법원의 핵심 기능인 전합 심리도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합은 내규상 매달 세 번째 목요일(10월19일)에 기일 진행을 원칙으로 하고 10일 전에 안건을 올린다. 그러나 공석 사태가 이어지면 이달 전합 심리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대법원 내부 검토 결과 법령·이론 상 권한대행이 전합 재판장 권한을 대행할 수는 있지만 기존 판례 변경, 새 법리 제시 등을 하는 전합의 기능·중대성을 감안하면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공석 장기화에 대비해 안 선임대법관에 대한 소부 심리 부담 완화 등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구성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안 선임대법관과 민유숙 대법관이 내년 1월에 퇴임하면서 후임 인선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안 선임대법관이 대행으로 대법관 제청권 행사가 가능한지 전례가 없어 불명확하다. 사법행정총괄권자로서 갖는 법원 조직, 인사, 예산, 규칙 제정 등 권한행사 범위도 정해지지 않았다. 선임대법관 주재 대법관 회의를 통해 내부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