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거래일 동안 수익률 8.5%
개인순매수 370억원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KB자산운용이 업계최초로 2차전지 주가 하락세에 베팅하는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를 지난 12일 출시했다. 2차전지주의 상승을 기대하는 일부 주주로부터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상장 이후 11일 거래일 동안 수익률이 8%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종가 기준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가격은 2만2175원을 기록해 지난 12일 출시 이후 8.49% 올랐다.
KB자산운용에 따르면 출시 이후 이날까지 순자산(AUM)은 100억원에서 770억원으로 늘었고, 이 기간 자금 순유입액은 690억원에 달했다. 개인 순매수 금액은 370억원으로, 일부 투자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는 주요 2차전지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기초지수의 일일수익률의 -1배를 추종하는 ETF다. 장외파생 스왑 계약을 통해 역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형식이다. 비중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포스코홀딩스가 각 15%, 에코프로가 13%, 에코프로비엠이 11%를 차지하고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상품 출시 배경에 대해 “연초 이후 지속된 2차전지 관련주 랠리 속에서, 상승에 대한 부담과 산업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조정 사이클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헤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개인 대부분이 코스닥150선물인버스를 통해 헤지하고 있었던 상황인 만큼, 보다 직접적인 헤지수단 제공을 통해 개별주식 선물이나 공매도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적극적인 양방향 트레이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상품을 상장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는 반도체나 기술주, 바이오까지 훨씬 더 다양한 섹터와 테마를 담은 인버스 상품이 존재하는데, ETF 시장이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보다 다양한 수익 기회를 창출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인버스 ETF가 투자자들이 우려하는대로 향후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기는 힘들지만, 해당 ETF의 출시 자체가 이미 시장에서 과도한 상승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을 드러낸 현상으로 분석했다.
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인버스 ETF의 상장 시기를 보면 급상승 이후 하락,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횡보 혹은 재차 하락하는 상황에서 출시된 것”이라며 “이미 주가에 대한 실망감과 의구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숏 포지션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테마형 인버스 ETF 가 수급 측면에서 ETF 자금 유출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종목별 분석 및 다른 인버스 ETF를 살펴봤을 때 센티멘트(감정적 요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며, 최소한 향후 주가 하락과의 상관성(원인이 아니라 출시 후 현상)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락변동성 확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일반적으로 레버리지·인버스 등 파생형 ETF는 투기적 성향이 강한 자금이고 단기 포지션으로서 크게 수급적 의의를 두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이 수급이 시사하는 것은 일반투자자의 심리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관련주의 랠리가 펀더멘털 대비 강했고, 그 기간이 오래 지속된 피로감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