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이후 3개월 반만에
4대 시중은행 마통 잔액 1조원 늘어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맥시멈으로 주담대 받을건데 연봉은 꽤 높아요. 마이너스 통장을 좀 더 받고 싶어서 미리 뚫어두려고요”(부동산 커뮤니티)
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타며 마이너스 통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금리가 더 상승하기 전에 비상금을 확보해두려는 판단뿐 아니라, 주택 가격이 상승기에 진입하자 주택 매매를 염두에 둔 마이너스 통장 개설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4조3251억원(9월 20일 기준)으로, 지난 6월 말(33조3248억원) 대비 1조3억원이나 늘었다. 3개월 반만에 3% 넘게 증가한 것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신용대출과 달리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늘어나는 이유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거라는 전망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요 가계대출 상품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6개월물(무보증·AAA)의 경우 지난 1월 이후 처음 3.9%를 넘겨 3.968%(9월 21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채권 발행 물량을 급격히 늘리면서 대출 금리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1년 전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하면서 은행들은 높은 수신금리로 예금을 유치했고, 당시 예치한 자금의 1년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면서 금융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금리 상승 요인에 직장인들이 받을 수 있는 대출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금리는 4.74~7.23%(9월 22일 기준) 수준이다. 지난 6월 6% 수준까지 떨어졌던 것과 달리 다시 7%대까지 치솟았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 마이너스 통장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상승에 대한 선제적 준비뿐 아니라, 주택에 대한 매수 심리 역시 마이너스 통장 잔액 증가에 일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상승하며 주택 매수에 대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며 “주담대 LTV를 모두 충족하면서 DSR 한도가 남는 일부 고소득자들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통장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마이너스통장은 대출을 쓰지 않더라도 한도만큼 DSR 규제에 반영되기 때문에 통장 한도를 얼마까지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행 DSR 규제상 대출 금액이 1억원을 넘으면 1년간 갚는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어가게 대출을 받을 수 없는데, 연소득이 높은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모두 받아 주택 마련에 대비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 한 직장인 A씨는 커뮤니티를 통해 “DSR 조건이 모두 패스된다는 조건 하에 마통을 좀 더 받고싶다”며 “LTV를 최대로 주담대를 받을건데 연봉은 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