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 상품, 범위 확대 요구 계속돼
MMF·MMT는 물론 CMA도 ‘비보호’ 상품에 포함돼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5000만원으로 고정된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호 대상이 되는 금융상품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사 파산 시, 법적으로 금융자산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일반적 기대와는 달리, 예금자보호대상에서 제외된 금융상품의 규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예금과 비슷한 유형의 금융상품 중에서도 예금자보호가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있다. 금융상품 선택 시 소비자들의 신중한 태도가 요구되는 이유다.
“은행 ‘파킹통장’이랑 같은 줄 알았는데”…CMA도 ‘비보호’ 금융상품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사가 파산과 같은 이유로 예금 등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제도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로부터 예보료를 받아 예금보험기금을 적립하고, 금융사가 예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될 경우 금융사를 대신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현행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보험료를 납부하는 부보금융회사가 보유한 고객의 자산이라도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증권사 CMA(자산관리계좌)다. CMA는 증권사나 종합금융회사가 투자자로부터 예탁금을 받아 국·공채, 환매조건부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데 비해 이자율이 높아, 은행권 파킹통장과 같이 거치 목적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차이점이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증권사 CMA 잔액은 69조4147억원으로 연초(58조1351억원)과 비교해 11조3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 중후반대의 이자율을 제시하며, 은행권 파킹통장보다 매력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CMA의 경우 비교적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는 저위험 상품이지만, 예금자보호 대상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MMT·MMF도 ‘비보호’…“인지 못하고 가입하는 경우 많아”
머니마켓펀드(MMF), 특정금전신탁(MMT) 등 금융투자상품 또한 예금자보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관련 상품에 가입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특정금전신탁이 안전하다는 은행 직원의 말을 믿고 가입했다가,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분쟁조정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주의사항을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은행권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368조5885억원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0년 8월 말 이래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 2016년 금융당국은 정기예금형 특정금전신탁에 대해 예금자보호대상 포함을 추진하기도 했다. 유사한 신탁 상품인 퇴직연금 및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편입된 예금이 5000만원 한도의 예금자보호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고려하면, 정기예금형 특정금전신탁의 예외 적용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하지만 관련된 실질적인 법 개정은 아직 추진 중인 상황이다.
이밖에도 예금자보호법 상에서는 ▷주택청약통장 ▷확정급여형의 퇴직연금제도 적립금 ▷금현물거래예탁금 ▷ELS, ELW 등 다수 상품이 예금자보호법에서 제외돼 있다. 주택청약통장의 경우 주택도시기금에 의해 정부가 별도로 보장 및 관리를 하고 있지만, 이같은 별도 보호시스템이 마련된 경우는 소수다.
“해외 사례 참고해 범위 늘려야” 주장에…소비자 부담↑ 우려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호 한도뿐만 아니라, 보호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은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은 물론, 유가증권까지 보호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물론 투자의 원금손실을 보장하는 목적이라기보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다.
유재훈 예보 사장 또한 지난 6월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1998년 증권투자자보호기금이 통합예보기금으로 편입된 후 보호범위 확대 등 개선 없이 투자자 예탁금만 보호하는 등 제한적 보호의 한계가 존재한다”며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와 벤치마킹을 통해 실효성 있는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예금자 보호제도의 무분별한 범위 확대가 되레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굳이 예금자보호가 필요하지 않은 상품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통해 보장이 시작된다면,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부담이 되레 소비자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말 예금자보호제도 논의를 위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최종 회의를 개최하고, 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요 논의 대상이던 예금자보호한도 인상과 관련해서는 5000만원 유지 쪽으로 무게가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1금융권으로의 과도한 자금이동 및 예금보험료 인상에 따른 예금자 부담 상승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