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출시 ‘장수 스낵’

특유의 ‘맛’으로 누적 매출 1조 돌파

선점·표준효과로 안정적 매출

세대별 마케팅으로 인기 유지

“52년 인기 비결은…” 71년생 ‘새우깡’, 100일 앞둔 ‘먹태깡’에게 한 말 [잘 나가는 장수 스낵] [푸드360]
1971년 한 매체에 실린 ‘새우깡’ 광고 [농심 제공]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1971년생인 농심 ‘새우깡’은 출시 이후 52년 동안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누적 매출액 2조2300억원, 누적 판매량은 84억3000만봉을 돌파했다. 10월 3일 개천절에 출시 100일을 앞둔 손주뻘인 ‘먹태깡’ 못지않은 인기다.

각사 ‘장수 스낵’, 누적 매출액 1조원 돌파…“특유의 ‘맛’, 비결”

“52년 인기 비결은…” 71년생 ‘새우깡’, 100일 앞둔 ‘먹태깡’에게 한 말 [잘 나가는 장수 스낵] [푸드360]
기업별 대표 장수 스낵 [헤럴드 DB]

30일 헤럴드경제는 추석을 맞아 출시 이후 누적 판매액 1조원을 넘긴 ‘장수 스낵’을 한자리에 모아 인기 비결을 알아봤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40~50대가 주류로 자리잡은 것처럼 제과업계에서도 1970~1980년대 출시된 스낵 제품이 소위 중심을 잡고 있다.

1971년생 농심 ‘새우깡’을 비롯, 1975년생 해태제과 ‘맛동산’, 1983년생 롯데웰푸드 ‘꼬깔콘’, 1988년생 오리온 ‘포카칩’은 모두 지난해 기준 누적 매출액 1조원을 훌쩍 넘은 ‘메가 히트 상품’이다. 식품업계에서는 통상 단일 브랜드로 누적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하면 메가 히트 상품이라고 부른다.

“52년 인기 비결은…” 71년생 ‘새우깡’, 100일 앞둔 ‘먹태깡’에게 한 말 [잘 나가는 장수 스낵] [푸드360]
1971년 출시 당시 ‘새우깡(왼쪽)’과 현재 새우깡 [농심 제공]

각 제품의 장수 비결은 출시 때부터 유지 중인 고유하고 일정한 ‘맛’에 있다. 새우깡 한 봉지에는 5~7㎝의 생새우 4~5마리가 들어간다. 농심은 국내 첫 스낵 개발에 나설 당시 맛이 좋으면서도 칼슘이 풍부한 ‘새우’를 주 재료로 결정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소하고 짭짤한 새우소금구이 맛을 살리는 것이 제품의 개발 콘셉트였다.

“52년 인기 비결은…” 71년생 ‘새우깡’, 100일 앞둔 ‘먹태깡’에게 한 말 [잘 나가는 장수 스낵] [푸드360]
1975년 출시 당시 ‘맛동산(왼쪽)’과 현재 맛동산 [해태제과 제공]

‘한국적인 맛’을 앞세운 해태제과는 전통 한과 방식을 적용해 ‘맛동산’을 만들고 있다. 달짝지근한 당액과 고소한 땅콩 고물을 입혀 한국인의 입맛을 공략했다. 당시 주로 팜유를 사용하던 다른 스낵과 달리 식물성 채종유로 튀겨 특유의 기름내를 없앴다. 22시간 동안 2번의 발효공정을 거치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맛동산만의 식감을 살린 것이 비결이라고 해태제과는 전했다.

“52년 인기 비결은…” 71년생 ‘새우깡’, 100일 앞둔 ‘먹태깡’에게 한 말 [잘 나가는 장수 스낵] [푸드360]
1983년 출시 당시 ‘꼬깔콘(왼쪽)’과 현재 꼬깔콘 [롯데웰푸드 제공]

자사의 고유 공법을 활용해 만든 꼬깔콘은 고소한 옥수수 원물의 진한 맛을 살리면서 단맛의 풍미를 더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출시 당시 밀가루 위주의 스낵이 많은 상황에서 옥수수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옥수수 스낵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결과다.

“52년 인기 비결은…” 71년생 ‘새우깡’, 100일 앞둔 ‘먹태깡’에게 한 말 [잘 나가는 장수 스낵] [푸드360]
1988년 출시 당시 ‘포카칩(왼쪽)’과 2023년 현재 포카칩 [오리온 제공]

오리온은 출시 당시 유럽 등 선진국에서 원물을 그대로 가공한 생감자칩이 인기를 모으는 것에 착안해 포카칩을 만들었다. 포카칩은 성인 남성 주먹 크기 만한 생감자 2알을 이용해 특유의 바삭한 식감과 감자 본연의 담백한 맛을 살리고 있다.

선점·표준 효과로 스낵시장서 자리 은 ‘장수 스낵’…“시대적 배경 작용”

“52년 인기 비결은…” 71년생 ‘새우깡’, 100일 앞둔 ‘먹태깡’에게 한 말 [잘 나가는 장수 스낵] [푸드360]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맛동산’ 전새날 기자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장수 스낵들이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에는 시대적 배경이 작용했다. 장수 스낵이 출시되던 1970~1980년대에는 식품기업이 ‘스낵’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하는 제품이 흔치 않던 시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간식이라고 하면 시장에서 파는 뻥튀기나 꽈배기 등이 전부였던 시대에 새로운 스낵이 나오자 소비자가 열광하게 된 것”이라며 “각 카테고리의 첫 제품이 시장을 선점하게 되면서 표준으로 자리잡아 현재까지 오래 살아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52년 인기 비결은…” 71년생 ‘새우깡’, 100일 앞둔 ‘먹태깡’에게 한 말 [잘 나가는 장수 스낵] [푸드360]
6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과자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1960년대 경제개발 계획 이후 1970년대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당시 출시된 과자가 스낵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려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의미다.

각 기업은 아직 개척 되지 않은 스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신제품을 내놨다. 식품기업이 스낵 시장의 가능성을 본 것은 어린이 인구의 증가와도 맞닿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시 베이비붐으로 어린이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과자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과자시장의 전성기였던 당시 새로운 과자가 쏟아지면서 ‘국민 입맛 잡기 전쟁’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에게 사랑받은 ‘맛’ 알리는 브랜딩 힘쓸 것”…세대별 마케팅으로 인기 유지

오랜 시간 많은 소비자에게 인정받은 장수 스낵은 인기 유지를 위한 브랜딩에도 집중하고 있다. 과거 스낵을 소비하던 기성세대에는 추억의 맛을 강조하고, 새롭게 유입되는 젊은 세대에게는 제품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챌린지’ 등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는 장수 스낵의 꾸준한 인기 요인으로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노스탤지어(향수) 효과’를 꼽았다. 조미숙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제품의 수명 주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성숙기에 접어든 장수 스낵은 여전히 꾸준하게 소비되고 있다”며 “기성세대에는 어릴 때 먹던 맛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젊은 세대에는 옛 감성을 자극하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감성으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52년 인기 비결은…” 71년생 ‘새우깡’, 100일 앞둔 ‘먹태깡’에게 한 말 [잘 나가는 장수 스낵] [푸드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