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조선사, 메탄올 추진 VLCC 첫 수주

메탄올선 시장 영향력 확대 움직임

K조선과 기술력 격차 줄이며 맹추격

“대체연료 연구개발 투자 확대해야”

“친환경 시장 장악한 K-조선 잡아라” 메탄올선 역량 키우는 中 [비즈360]
중국 해운사인 CMES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모습. [CMES 홈페이지]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중국이 세계 첫 메탄올 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만들게 됐다. 국내 조선업계가 최초 기록을 휩쓸며 선도해 왔던 메탄올선 시장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넓혀가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중국 내수용으로 제작되는 선박인 데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분야가 아니라 우리 조선사가 크게 긴장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다만 중국이 메탄올 관련 기술력을 키워가고 있는 만큼 시장 우위를 사수하기 위한 조선업계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대련조선소(DSIC)는 최근 30만5000t급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VLCC를 수주했다. 가격은 1억750만달러(약 1425억원) 수준으로 2026년 4월까지 건조해 인도할 예정이다. 중국 해운사인 CMES가 발주한 내수 프로젝트로 VLCC 분야에선 가장 먼저 도입되는 메탄올 추진선이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메탄올선은 우리 조선사가 강점을 보여 온 분야다. 세계 첫 메탄올 추진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은 물론 첫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도 HD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해 건조까지 완료한 바 있다.

특히 해운업계의 탄탈소화 추진으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데 이 분야는 국내 조선사가 선도하고 있다. 노르웨이선급협회(DNV)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총 143척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이 발주(개조 포함)됐는데 이 중 42.7%인 61척을 우리 조선사가 따냈다. 신조선으로 한정하면 한국 점유율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업체별로 보면 HD한국조선해양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43척을 수주했고 삼성중공업과 HJ중공업이 각각 16척, 2척을 따냈다.

다만 최근 들어 중국이 12척 규모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신조 프로젝트를 단독 수주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마냥 안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메탄올 VLCC 첫 수주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일각에선 시장 선도 지위를 위협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의 이번 수주가 기술적으로 앞서간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평가한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대비 VLCC 건조는 수월한데 시장의 수요가 없어 그간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경유지마다 벙커링을 통해 메탄올을 채워 넣을 수 있지만 최종 목적지까지 한 번에 이동하는 원유운반선은 필요한 만큼의 메탄올 연료를 처음부터 실어야 하는데 그만큼 원유를 실을 공간이 줄어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메탄올선 분야에서의 자국 기술력을 알리는 차원에서 보여주기식 제작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LNG(액화천연가스)선에 이어 메탄올선 분야에서도 중국이 기술력 격차를 줄이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게다가 탱커(유조선) 분야에서도 대체 연료 추진 등 친환경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메탄올선 도입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VLCC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발주된 8척 모두 황산화물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LNG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다는 조건으로 계약된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글로벌 VLCC의 약 27%가 15년 이상 된 노후선인 상황에서 탄소배출 부담금 등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친환경 선박 도입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중국 조선업체가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도 우리나라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며 “메탄올을 비롯한 암모니아, 수소 등 다양한 대체 연료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산업 경쟁력 우위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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