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첨단 반도체 규제 연장 타이밍 앞두고
화웨이서 발견된 첨단 반도체
가드레일 조항 강화에도 촉각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미국의 견제에도 중국 화웨이의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첨단 반도체 ‘7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반 칩이 탑재돼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이어져 왔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까지 발견돼 자칫 미국의 제재가 K-반도체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긴장감도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무기한 유예하는 방침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따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1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적용됐던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반도체 장비 반입 제한 1년 유예 조치가 종료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생산 등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해당 조치에 대해 1년 간 유예기간을 줬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때문에 해당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으면,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제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최근 한미 양국 정부는 이와 관련한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 업계는 협의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중국 화웨이의 신형 플래그십 폰 ‘메이트 60 프로’에서 7나노 공정 기반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발견돼 미·중 갈등이 더 고조될 수 있다고 촉각이 모아졌다. 해당 AP는 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중국에서 제조한 새로운 칩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14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첨단 장비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무색하게 하는 반도체가 버젓이 중국 스마트폰에 적용된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중국이 7나노 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며 “어떤 기업이든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를 우회했다는 신뢰할만한 증거를 찾을 때마다 조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국내 반도체 업계도 중요하고 민감한 시기에 중국산 7나노 칩이 등장해 미국 제재가 강화될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일단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 조치 기한 만료 전 상무부가 조만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대해 무기한 유예를 통보할 것으로 점쳐진다. 수출 통제에 대한 무기한 유예는 기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목록을 업데이트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VEU는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 한해 지정된 품목에 대한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방식이다. 한번 VEU에 포함되면 별도로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수출통제 적용이 사실상 무기한 유예되는 셈이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삼성, SK하이닉스와 두 회사가 반입할 수 있는 장비 목록 등의 미세한 세부 사양을 놓고 논의를 진행해왔으며 사실상 논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무부는 공식적인 결정이 내려지면 업체에 통보한 뒤 이후 연방 관보에 게재하게 된다. 무기한 유예의 효력은 업체에 서한 등을 통해 통보되는 시점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통보가 되면 한국 기업의 중국에서의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의미가 있다. VEU를 통해 반입이 허용되는 장비 수준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현재 중국 내 반도체 생산에 더해 향후 사업계획까지 반영해서 반입할 수 있는 장비의 품목 지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원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 내에서 첨단 반도체의 생산 능력을 5% 이상 확대할 수 없다는 조건을 걸었다. 28나노 이전 세대의 범용 반도체의 경우 10% 생산 능력을 확장하면 안된다. 이를 어길 시 보조금을 반환토록 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실질적으로 5% 이상 생산력을 늘릴 수 없다는 건 사실상 중국 내에서 첨단 반도체를 만들지 말라는 의미”라며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고민이 완전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