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명 총리…평균 재임 1572.2일·니케이225 지수 61.7%↑

현재 일본 증시는 33년만의 역대급 호황

총리임기·주가지수 상관계수 높아

“現정부 정책 일관성에 증시도 안정적”

기시다 정권 앞둔 ‘황금의 3년’…일본증시 ‘新르네상스’ 기대되는 이유 [투자360]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이 일본 상사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제로금리에도 저축만 하던 일본인들 마저 투자 계좌를 트고 주식시장에 눈을 돌린다. 일각에선 ‘수퍼 엔저(低)’ 현상에 금리가 오르면서 일본 증시가 하락 반전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여전히 크다.

증시 체력을 뒷받침할 근거는 무엇일까. 그 배경 중 하나로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진 대형선거가 없는 ‘기시다 황금의 3년’이 일본 증시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목했다. 일본 총리의 재임기간이 길수록 정책 일관성도 높아지면서 증시도 안정세를 찾았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국면에선 선거와 같은 정치적 변수를 줄이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외교 성과뿐만 아니라 일관된 경제 정책 시그널을 줘야 기업들도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기시다 정권 앞둔 ‘황금의 3년’…일본증시 ‘新르네상스’ 기대되는 이유 [투자360]

▶“재임 기간 길수록 증시도 상승세…아베 당시 129.5%↑”=12일 헤럴드경제가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역대 일본 총리 취임 당일 니케이225 종가와 퇴임일 종가를 분석한 결과, 2000년 이후 아베 신조(2012~2020년 2차 재임) 총리 시기의 성적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円低)와 재정 풀기, 구조 개혁이란 ‘세 화살’로 디플레이션 탈출을 모색했던 아베 총리 정권에서 니케이225 지수는 129.5% 올랐다. 특히 아베 정권에선 극단적인 엔고·주가 약세가 시정되고 일본 주식과 해외 주가와 연동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목할 점은 역대 일본 총리의 재임 기간과 지수 등락률이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재임 기간일 길수록 니케이225 평균지수가 상승세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이 분석한 일본 총리의 재임 기간과 니케이 평균 지수의 등락률 상관계수는 0.75로, 유의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재임기간이 긴 상위 10명 총리의 경우, 이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572.2일로 니케이225 평균 등락률은 61.7%를 기록했다. 아베 신조를 필두로 사토 에이사쿠(2798일·207.3%), 고이즈미 준이치로(1980일·11.3%), 나카소네 야스히로(1806일·188.6%) 순이다.

이보다 재임기간이 짧았던 중위권 10명의 경우, 재임기간은 1000일(평균 609.1일)을 넘지 못했으며 니케이225지수 평균 등락률도 18.4%로 낮아졌다. 재임기간 하위 10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258.7일, 평균 등락률은 -4.7%를 나타냈다. 6명의 총리가 거쳤던 2006년~2012년 약 6년 동안의 증시 변동성도 크다. ▷후쿠다 야스오(재임기간 365일·지수 변동폭 -26.3%) ▷아소 다로(358일·-15.2%) ▷하토야마 유키오(266일·-7.1%) ▷간 나오토(452일·-6.2%) ▷노다 요시히코(482일·14.3%) 순이다.

물론 역대 일본 총리 재임 기간 니케이225지수는 당시 경제 정책과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 금융위기, 국제유가, 환율, 국제 분쟁 등 글로벌 대외 변수에도 크게 좌우됐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주목한 건 일본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하는 두 번의 변곡점이 “정권 기간이 길었던 고이즈미·아베 정권”이라는 것이다. 집권 전후 증시 상황과 비교해도 유의미한 변화라는 평가다.

고이즈미 정권은 ‘개혁 없이 성장 없다’는 구호 아래 경제 구조 개혁을 추진했으며 아베 정권은 금융정책(양적완화)·재정지출·성장전략을 표방하는 ‘아베노믹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국내 유일의 일본 전문 애널리스트인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론 과거 단기 정권에서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은 경기 요인이 크지만 장기 안정 정권 때는 경기 회복도 장기화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지수가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정권 앞둔 ‘황금의 3년’…일본증시 ‘新르네상스’ 기대되는 이유 [투자360]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헤럴드경제]

▶“기시다 황금의 3년, 증시 르네상스 기대”=이제 시장의 시선은 기시다 정권을 향한다.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진 일본엔 대형 선거가 없다. 야당 등의 견제에서 자유로운 앞으로의 3년은 ‘기시다 황금의 3년’이라고 불린다.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황금의 3년’은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정책 시행과 외교에 집중할 수 있는 만큼 일본 증시도 더 견고해질 수 있다”고 주목했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 국면에서 정권 안정이 증시에 주는 긍정적 영향은 더 커지며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반사이익도 예상된다는 진단이다.

김채윤 연구원은 “총리 재임 기간이 길다는 것은 정권 안정의 증거”라며 “이는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기 쉬운 요소다. 경제 및 금융시장이 부정적인 충격에 직면할 경우 신속한 정책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기시다 정권은 ‘과학 기술 강국’을 비전으로 강력한 경기 부양책 제시하고 있다. 칩4(미국·한국·대만·일본) 동맹에 힘입어 반도체 산업 성장세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이즈미·아베 정권에서 다진 경제 개혁도 기시다 정권 들어 하나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기대감도 깔렸다. 이와 함께,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는 “아베와 고이즈미 집권 당시 증시가 오르기도 했지만 임기 초반 바짝 오르다 뒷심이 부족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기시다 정권의 경우, 성장뿐만 아니라 분배도 중요시 여기면서 주주환원과 종업원 임금 인상, 투자 보조금 지급 등 시장 선순환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정권보다 증시 체력도 견조해지고 상승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경제 정책으로 지지 기반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판 주민등록증인 ‘마이넘버 카드’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출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개각을 예고하며 대규모 경제정책으로 국면 돌파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그는 10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체제로 과감하게 경제 대책을 만들어 조속히 실행해 가는 것을 최우선 일정으로 검토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이지평 특임교수는 “외교적인 성과도 어느 정도 받쳐주고 있어서 내부 정치적인 이슈만 잠잠해지면은 기시다 정권에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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