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무라이 본드 발행액 57% 증가…일본 경제 반등에 인기
“정부 주도 금융협력 강화…벤치마킹 사례될 것”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우리 정부가 ‘사무라이 본드’ 발행에 나서면서 한일 경제 협력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시작으로 우리 기업들도 엔화 표시 채권 발행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오는 7일 일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조건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규모는 200억엔(약 1800억원)이지만, 실제 발행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정부의 외평채 발행 한도는 27억달러(약 3조6200억원)다.
정부가 일본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무라이 본드 발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엔화 외평채가 발행된 바 있지만 해외 동포와 국내 거주자를 대상으로만 이뤄졌다.
이번 외평채 발행은 최근 한일 관계 개선 및 경제협력 강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만나 한일 경제협력 재개를 공식화했다.
당시 양국은 100억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와프(통화 교환)를 복원했고, 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예고했다.
최근 일본 경제 신뢰도가 높아진 점도 양국 경제 공조 활성화를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차입비용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인 데다, 최근 물가가 오르는 등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사무라이 본드 발행액은 전년 대비 57% 증가한 8452억엔을 기록했다. 평균 수익률은 약 0.8%로 달러화 투자적격채권 평균인 5.8%보다 낮아 글로벌 발행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자본시장부장은 “정부의 사무라이 본드 발행은 양국 금융 협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먼저 외평채 발행 환경을 조성하면 (양국 관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외평채 특성 상) 일반 기업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해나갈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월 일본 현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2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 발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대한항공도 지난 6월 한국수출입은행 보증으로 200억엔 규모의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각국 정부도 엔화 표시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인도네시아가, 지난해에는 필리핀과 멕시코가 각각 사무라이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