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주식처분 명령’ 예정
행정소송 가능성도…“결정된 바 없어”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사실상 매각 기로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을 결정하면서다.
두 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상상인과 상상인 지분 23.33%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유준원 대표가 2주 안에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매각 명령을 받게 된다.
자산 규모 4조원이 넘는 두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오게 될 경우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저축은행 간 M&A 규제를 대폭 완화한 바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두 저축은행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결정했다. 이번 명령은 사실상 기한 내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행할 수 없는 명령’이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유 대표를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6개월 내로 대주주 보유 지분 10% 이내를 남기고 매각하는 ‘주식처분명령’을 내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모회사에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결국 전체 자회사 매각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 2019년 금융위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유 대표에 대해 내린 징계 후속 조치격이다. 당시 금융위는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 미준수·허위보고, 불법대출 혐의로 과징금 15억2100만원과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유 대표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5월 대법원은 금융위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심사’ 방식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해왔고, 지난달 말 정례회의에서 명령을 의결했다. ‘주식처분명령’에 따라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6개월 내 매각되지 않을 경우 금융위는 법에 따라 이행 강제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는 다올저축은행이 있다. 다올저축은행의 전신인 유진저축은행은 대주주인 유진기업이 레미콘 사업 입찰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올투자증권에 매각됐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올해 2분기 기준 자산 규모 4조8797억원으로, 업계 7위에 속하는 중대형급 은행이다. 업계에서는 대출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점, 영업 권역이 수도권과 충청권으로 넓은 점 등을 들어 매력적인 매물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두 저축은행은 계열사 내 증권사와 연계한 대출을 내놓는 등 일부 상품을 특화해 영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규모가 크고 성장성이 있어 인기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도권 쪽 영업 권역이 없는 상황이라 상상인과 같은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등이 나설지 관심이다.
다만 상상인이 금융당국에 대한 행정소송에 나서면, 매각 진행까지 상황이 더디게 흘러갈 수 있다. 상상인 측은 아직 매각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결정된 사항은 없으며,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업권이 1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무상황이 악화된 것도 걸림돌이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각각 248억·98억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2분기 기준 연체율은 상상인저축은행이 10.88%로 전년 동기(3.01%) 대비 7.87%포인트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3.44%에서 11.54%로 연체율이 크게 뛰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 매각 결정에 따라 저축은행들을 내놓으면 헐값에 팔릴 수 있다”며 “오랜 기간 잘 키워온 은행을 쉽게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