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단지 고밀개발 개선방안 연구용역
강남·여의도 등 초고층 정비사업 속도
“컨트롤타워가 교통망 연계 논의해야”
“보행자·대중교통 중심 교통체계 구축”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정비사업이 활성화된 가운데 한강변 층수 규제도 풀린 서울에선 초고층경쟁이 불붙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곳곳에서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선 ‘닭장 아파트’가 양산되면 주차·교통난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무 부처도 이와 관련한 개선방안 검토에 나섰다.
29일 나라장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거단지 고밀개발의 영향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용역 목적으로는 고밀주거단지 조성 시 단지 설계뿐만 아니라 도시의 공간별 기능, 역할 등을 입체적으로 고려한 도시·주거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주거단지 고밀개발로 인한 도시·주거환경 변화 시뮬레이션 및 유사 사례 연구, 도시 차원의 밀도계획·경관계획·환경계획 검토 등을 주문했다. 연구 취지에 대해선 토지 이용의 효율성과 경제성 추구로 노후 주택의 재건축·재개발이 고밀주거단지 개발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고, 주거단지 고밀개발에 따른 정주환경 악화를 방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층수 제한이 사라지며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형성할 수 있게 되자 강남·여의도·성수 등 한강변 단지를 중심으로 다수 사업장에선 초고층 재건축·재개발을 확정하고 있다. 용도·용적률 규제를 풀어 추진하는 고밀 복합개발은 무분별한 도시권 확장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도시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통행량, 통행거리 증가 같은 비효율성과 사회적 비용 발생으로 이어진다. 이에 각종 자원, 비용 절감을 위한 압축적이고 짜임새 있는 도시 개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밀도가 낮은 지역을 수용해 택지로 만들고 신도시가 개발하는 방식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수도권이 계속 넓어질 때마다 서울로 접근하는 수요가 늘고, 그때마다 수조원씩 드는 광역교통망을 계속 깔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효율성을 위해 밀도 있는 개발이 불가피하며, 부작용 최소화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택지 부족 문제해결을 위한 고밀개발은 교통량 증가 또한 수반한다. 업계에 따르면 용적률 200% 이하 대단지의 용적률을 350%까지 올릴 때 가구 수는 보통 40% 이상 늘어난다. 이와 관련해 소관 부처가 컨트롤타워로서 주택 개발과 교통망 연계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용적률 상향 등을 논의할 때 이를 수용하는 인프라 용량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서울 내 고밀개발의 경우 도로 밀도 등을 고려할 때 지상부를 넘어 지하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서울시 공간구조 콤팩트화와 지하고속도로망을 어떻게 연계할지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수도권 내 주택 개발 이후 후행적으로 교통·인프라를 공급했고, 과거에는 공간적 여유가 있어 가능했어도 지금은 공간이 부족하다”며 “압구정·여의도·목동 등에서 고밀개발이 진행되면 교통 문제가 불가피해 국가적으로 끌고 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자가용 이용 억제를 위해 대중교통과 보행자 중심 교통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견해도 이어진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된 ‘보행일상권’처럼 걸어서 학교, 직장, 지하철역, 다양한 시설에 갈 수 있도록 도시의 토지 이용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 포틀랜드의 ‘20분 도시’처럼 우리도 교통수단을 전환해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도시·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 기여방안이 추가 논의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고밀개발에 따라 주차장, 도로 등 교통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도로 등에 대해서도 공공기여 형태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