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최장 10개월 영업정지 처분
건산법 개정안으로 처분 주체 국토부로 변경
[헤럴드경제=신혜원·고은결·서영상·이준태 기자] GS건설이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최장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 위기에 놓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과거 사망 사고가 발생한 현장보다도 강력한 수위의 징계가 내려졌다고 보고 있다. GS건설은 사고 원인과 행정제재의 적정성을 검토한 후 청문절차에서 소명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7일 부실시공을 이유로 GS건설에 영업정지 8개월을 추진하고, 불성실한 안전 점검 수행 등을 이유로 서울시에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무관용 처분 원칙을 강조한 만큼, 관련법상 가장 엄중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징계 수위는 사람이 사망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 때 내려진 처분보다도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두 사고에 대한 처분 주체가 달랐다. 지난해 7월 중대 부실시공 사고에 대해 국토부가 직권 처분 가능토록 한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행정처분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돼 있었기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징계 수준은 관할관청인 서울시가 정했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9명의 사망자를 낸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시공업체인 HDC현대산업개발에 지난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년 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부실시공’ 혐의로 8개월, ‘하수급인(하도급을 받은 업자) 관리 의무 위반’ 혐의로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이었다.
다만 건산법 시행령상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 혐의로 인한 영업정지 처분은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은 4억원대 과징금을 내고 8개월 영업정지를 피했다. 부실시공 혐의로 인한 영업정지 처분은 과징금 대체가 불가능해,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은 법원에 영업정지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영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당장의 영업정지는 피한 셈이다.
GS건설에 대한 8개월 영업정지는 건산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이후 처분 주체인 국토부가 내렸다. 해당 처분은 건산법 및 시행령에 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부실시공에 대해 국토부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다.
이런 가운데 GS건설은 HDC현대산업개발과는 달리 영업정지 자체를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산법 시행령상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 혐의로 인한 영업정지 처분이므로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그러나 GS건설은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행위가 아니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키거나 일반 공중에 인명피해를 끼친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없고 영업정지 처분만 가능하다.
더욱이 국토부는 GS건설에 대한 처분에 ‘감경 요인’도 없다고 못박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날 GS건설 현장 안전점검 결과 회의에서 “1개월 정도 영업정지 기간을 감경할 수 있는 조항도 있지만 사고 정도가 경미했다면 감안할 수 있겠으나 해당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감경 요인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국토부의 조치가 과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명피해도 없고, 전면 철거 후 재시공 입장까지 밝혔음에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GS건설은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 우선은 청문 절차에서 소명하는 방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주주들로부터의 배임 이슈 등을 감안할 때 결국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밟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토부의 행정처분은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의 청문 및 심의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심의위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약 3~5개월이 걸린다. GS건설은 전날 국토부의 행정처분 추진 계획 발표에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기대와 책임에 부응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면서도 “사고의 원인이나 그에 따른 행정제재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 할 내용도 많아 면밀히 검토한 후 청문절차에서 잘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수주 정비사업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공사가 지연되는 것은 물론 최근 올라버린 공사비 때문에 시공사 선정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GS건설을 시공사로 결정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 교체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해봐야 한다”며 “과거 HDC 현대산업개발 시공사를 취소한 조합의 선례처럼 시공사 재선정을 시도하기 까다롭고 공사기간이 늘어날 수 있어 신경을 곤두세우는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