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판과 중국 오성홍기 이미지 [로이터]
반도체 기판과 중국 오성홍기 이미지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글로벌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의 설비 투자가 4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이 적극적인 보조금 지원 등을 바탕으로 ‘반도체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 경제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업계의 수요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과 미국, 유럽, 대만, 일본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대기업 10개사의 올해 설비 투자 규모가 전년대비 16% 감소한 1120억달러(163조6020억원)에 그쳤다고 전했다. 특히 메모리 투자는 전년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산 반도체 투자도 14% 줄었다.

매체는 “설비 투자 규모가 전년 수준을 밑돈 것은 지난 2019년 이래 4년만에 처음”이라면서 “전년대비 감소폭도 2010년 이후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TSMC, UMC, 글로벌파운드리,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피니언테크놀로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WD) 등이다.

이처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한 데는 지난해 업계의 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주요 기업들은 공급망 안정화 등을 위해 자국 내 생산체계 강화에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였다. 이 기간 10개사의 투자 총액은 1461억달러(195조9201억원)에 달한다.

대만 신추과학공원 내 TSMC 박물관에서 관람을 하고 있는 방문객들의 모습 [AFP]
대만 신추과학공원 내 TSMC 박물관에서 관람을 하고 있는 방문객들의 모습 [AFP]

여기에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투자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요 전망이 불확실성에 휩싸이면서 설비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업계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전망에 따르면 인텔의 경우 올해 설비 투자액이 3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최대 PC 반도체 시장인 중국 경제가 둔화함에 따라 인텔이 공장 건설과 관련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넘쳐나는 재고도 설비 투자를 주춤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늘었던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가 글로벌 경기 악화, 인플레이션 등으로 둔화한 결과다. 닛케이에 따르면 수치를 공개한 주요 9개 반도체 제조사의 재고자산은 전년대비 10% 증가한 889억달러(119조2149억원)로 집계됐다. 반도체 부족현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2020년에 비해 70%나 늘어난 수준이다.

과잉재고에 대한 경계는 업계의 감산과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요 메모리 제조사 중 가장 먼저 감산에 돌입한 마이크론은 내년까지 감산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6월말 진행된 3분기(3~5월) 회계연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D램과 낸드 플래시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량을 기존 25%에서 30%까지 더 줄였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2분기(4~6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저수익 제폼을 위주로 감산을 진행 중이라면서 낸드플래시를 5~10%가량 추가 감산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업계 재고 수준이 높다”면서 “낸드 감산 규모 확대를 통해 재고 정상화 시키를 앞당기려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웨이브 서밋’에 마련된 인텔 부스 [AP]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웨이브 서밋’에 마련된 인텔 부스 [AP]

다만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 증가가 전반적인 시장 확대를 견인할 것이란 관측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세계 반도체 시장이 지난 지난 2021년 약 6000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1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컨설팅업체 옴디아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 830억달러(111조3777억원)를 기록하며 2022년 대비 5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AI 반도체 수요가 2022년 대비 2025년에는 3배, 2030년에는 13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