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 에코프로가 주가 120만원 대에 약 2주 만에 복귀했다. 이로써 ‘형제주’ 에코프로비엠을 밀어나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도 꿰찼다.
조정장세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던 에코프로 주가가 재차 상승세를 타면서 황제의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관심이 집중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7.32%(8만6000원) 오른 12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 주가가 종가 기준 120만원 대에 복귀한 것은 지난 3일(102만7000원) 이후 12거래일 만이다.
약 2주 간의 기간 동안 에코프로 주가는 102만3000원(8월 16일)까지 내려가며 ‘황제주’ 자리가 위협 받기도 했지만, 이후 4거래일 만에 주가가 23.26%나 오르며 현재 자리를 되찾았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가 상승 마감한 게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이 에코프로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테슬라는 최근 마진 압박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으나 미국의 한 투자회사가 테슬라를 추천 종목으로 지목하면서 7.33% 상승 마감했다. 미국이 대(對) 중국 수입 검사 품목에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것도 매수세가 몰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는 지난 4월과 6월에 전기차 배터리, 타이어, 알루미늄 등을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UFLPA) 목록에 추가했다.
이날 주가 상승세로 에코프로는 시총 33조5775억원을 기록,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을 제치고 코스닥 시총 1위 자리에도 올라섰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통틀어서는 포스코퓨처엠에 이어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14위), 현대모비스(15위), 카카오(16위) 등이 에코프로 아래에 자리 잡았다.
에코프로의 반등 소식에 온라인 상의 에코프로 투자 게시판에선 기대감에 찬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글이 이어졌다. 한 투자자는 “괜히 고생해가며 ‘포스코 에코프로’를 왜 찾나. 그냥 에코프로를 더 사지”라고 했고, 또 다른 투자자는 “에코프로 (주가)는 지금이 제일 쌀 때”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 손절하고 에코프로로 완전히 갈아탈까’, ‘실탄 재장전하고 돌아왔다’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정식 편입에 따른 자금 추가 유입 가능성도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다만, 에코프로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지난 4일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에코프로 적정 기업 가치는 16조7000억원으로 도출된다”며 “현재 시총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어 “에코프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이유는 현 주가와 기업가치 간 괴리가 크기 때문”이라며 “시총 20조원을 넘어선 현시점에서 고평가 괴리가 크기 때문에 작은 이슈에도 쉽게 낙폭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가치 평가 측면에서 매수 실익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밸류에이션만으로는 에코프로의 주가를 설명할 수 없는 단계는 이미 많이 지난 상황이다. 2차전지 사업의 미래 성장성에 아무리 큰 점수를 준다고 할 지라도 지금의 주가 수준이 과도하다는 것에 대해선 다수가 공감할 것이라 본다”며 “투자자들의 심리와 수급에 의해 주가가 요동치는 상황이 앞으로도 더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