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델타테크·파워로직스 보고서는 소수 증권사에서 ‘집중 발간’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국내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물질 ‘LK-99’에 대한 진위논란으로 초전도체 관련주가 널뛴 지 한달 가까이 지났지만, 해당 기간은 물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테마주 11개 중 6개는 증권가의 분석 리포트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기간을 5년으로 대폭 늘려봐도 서원, 덕성, 국일신동, 모비스에 대한 증권사 보고서를 찾아 볼 수 없다. 서남에 대한 보고서는 3년간 발간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 2020년 1~2월 ‘초전도 선재 상용화 선도기업’을 주제로 세 건이 발간된 것이 눈에 띈다.
대창에 대한 보고서는 2021년 6월 한 건이 나왔다. 고려제강에 대한 보고서가 지난해 5월 한 건 발간돼 ‘작년 이후 0건’을 가까스로 모면한 것을 감안하면, 관련주 11개 가운데 7개에 대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LS전선아시아와 신성델타테크, 파워로직스와 원익피앤이에 대한 증권가 보고서는 비교적 활발히 발간됐다. 특히 해당 종목과 2차전지와의 연관성이 부각된 리포트도 상당수 있어, 초전도체가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투자심리에 불을 지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신성델타테크와 파워로직스 보고서는 소수의 증권사에서만 집중 발간한 한계가 있었다. LS그룹주인 LS전선아시아와 원익피앤이에 대해서는 비교적 다양한 증권사의 리포트가 나왔다.
신성델타테크에 대한 보고서는 올해 네 건 나왔는데, 이중 DS투자증권이 발간한 리포트가 세 건이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성델타테크에 대해 “2차전지 고객사 다각화 및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올해 예상 매출액은 전년보다 14.6% 늘어난 9090억원, 영업이익은 74% 늘어난 55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파워로직스에 대한 보고서는 지난해 이후 나온 네 건 중 세 건을 NH투자증권에서 발간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초전도체에 대한 언급없이 “중장기적으로 2차전지 재활용 사업은 성장성이 클 수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부재하다”며 “신사업의 성장성이 본격화되는 경우 주가의 의미있는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국내 증시가 초전도체주 이슈로 떠들썩해진 지난달 말 이후 종목 보고서는 없으며, 관련 보고서는 이달 9일 유안타증권이 발간한 ‘손바뀜도 초전도더라-제2의 시타델 DMA 사태 우려’ 리포트 한 건 뿐이다.
고경범 연구원은 “초전도체 테마주의 지난 8일 급락은 불과 20분 만에 조정이 신속히 끝났다는 점에서 개인들의 투매보다 알고리즘 매매가 의심된다. 2017년 시타델증권의 시장교란 사태처럼 직접 시장접근(Direct Market Access·DMA)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행정적 조치에 보다 과감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초전도체 관련주에 대해 증권가의 분석 리포트가 드문 것은 해당 종목들이 시가총액 및 매출규모가 작은데다, 증권가에서 테마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오히려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리포트를 쓰려면 기업탐방이나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데, 초전도체 관련주로 꼽힌 기업들은 스스로도 연관성을 부인하기에 분석자체가 진행되기 어렵다”며 “테마와 떼어놓고 봐도 기업규모나 매출규모가 작은 스몰캡 종목들은 리포트 빈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초전도체에 대해 커버하는 애널리스트 자체가 없다. 대부분의 리서치하우스에서는 테마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커버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증권사 보고서는 투자자 입장에서 회사의 주가가 적정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역할을 한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전문가들의 분석이 없는 기업에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하한가를 맞은 5종목(동일산업·동일금속·방림·대한방직·만호제강)도 3년여 동안 보고서 수가 0건이었다. 지난 4월 ‘SG증권발 폭락 사태’로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8종목 중에서도 4종목(대성홀딩스, 세방, 선광, 다우데이타)은 최근 4년간 분석 보고서가 없었다.
보고서가 없는 종목은 풍문이나 소셜미디어에 도는 일방적 주장에 따라 주가가 출렁이게 된다. SG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라덕연씨는 투자 설명회에서 “핵폭탄처럼 모든 (추천) 종목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최근 금융위원회는 초전도체 등 테마주 과열 현상을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테마주는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결국 투자자가 손실을 얻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빚투를 했을 경우에 손실이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일단 올라갈 주식이 올라가는 건 큰 문제는 없지만, 불공정거래나 시장교란 행위에 관련해서 문제 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크게 과장하거나, 리딩방·SNS 등에서 허위 풍문을 유포하는 행위 등을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