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여자월드컵 개최지 호주여행⑪
야생 조류들과 교감, 액티비티의 천국
[헤럴드경제(호주 탕갈루마)=함영훈 선임기자] FIFA 여자 월드컵 축구대회 중 가장 많은 경기가 열린 브리즈번의 모튼 섬 탕갈루마 빌리지에 가면 해안가 사람 많은 곳일수록 펠리칸이 많이 모여있는 풍경, 섬 한복판 서너개의 사막, 서너개의 호수, 시크한 남반구 새 쿠카부라의 ‘겉바속촉 마음씨’를 목도하게 된다.
브리즈번 공항 주변 해안 선착장에서 탕갈루마 전용 페리를 타고 1시간 남짓 물 위를 달린다. 사람들이 노는 곳에 1960년대부터 돌고래들이 놀러와 기웃거렸다는 탕갈루마 빌리지 제티 선착장에 도착하면, 페리카나 등 북반구에서 보기 힘든 희귀 물새들이 선착장 옆 백사장이 제 땅인 양,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은 채 놀고 있다.
▶바다 한복판 사막= 여장을 풀고 오전에 하는 체험은 섬 속 사막 질주(Desert Safari Tour)이다. 사륜구동 대형 버스는 20여명을 태우고 숲 사이로 난 모랫길을 달린다. 해안에서 오르막 모래산 사잇길로 느릿느릿 기우뚱 기우뚱거리며 달리지만 모래라서 서스펜션은 좋은 편이다.
10분가량 들어가니, ‘더 데저트(The Desert)’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보통명사를 고유명사로 쓰는 곳이다. 이 섬엔 윗말, 아랫말 용법과 비슷한, 빅샌드힐, 리틀샌드힐이라는 고유명사를 쓰는 사막도 있다.
뒤뚱거리던 버스는 이곳에서 부터 황금사막을 시속 40㎞로 쾌속질주하더니, 조금 전 바다나 밀림을 만난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격이 변한 환경, 거대 사막 한가운데 멈춰선다.
버스에서 내리자 노란 모래와 푸른 하늘이 공지선을 경계로 극명하게 갈라선 풍경이 펼쳐진다. 이어, 아이의 키 만한 긴 널빤지를 들고 모래언덕 꼭대기로 향하는 행렬들. 모종의 희망을 향한 열정들이다. 모래썰매 타러 가는 길이다.
10초 남짓한 기쁨이라도 짜릿하기에, 10분 모래산 등정때 모래에 빠진 발을 어렵사이 들어올려 등산하는 동안 땀이 바가지로 쏟아져도 아깝지 않다. 모래 언덕 너머 푸른 바다가 있고, 펠리칸, 쿠카부라가 우리를 기다리니까.
리더는 언덕 정상에 앉아 널빤지에 초를 칠해준다. 더 잘 미끄러지도록. 가파른 모래비탈을 곧고 빠르게 내려가기 위해선 앞판을 손으로 들되 팔꿈치가 모래에 닿지 않도록 하고, 뒷다리를 들어 몸을 활 모양으로 만들어야 한다. 로봇태권V 모습을 하려고 한쪽 팔을 들면 방향이 비뚤어지고 몸이 모래에 닿으면 속도감이 떨어진다.
남는 건 사진이다. 공지선에 발을 딛고 서도 작품이고, 청색반-황색반 프레임에 내 썰매 질주 모습을 끼워도 좋고, 카메라를 밑에서 위로 향하게 한 채 친구들의 몸이 청색반 황색반 걸치도록 촬영해줘도 좋다. 혹시 아라비아 룩의 소품을 장착했다면, 어디에 서있어도 그림이 된다.
▶펠리칸에 눈이 가다, 나중엔 츤데레 쿠라부라에 정이 간다= 틈틈이 수영하고, 낚시하다 반드시 빼먹지 말아야할 클래스는 야생조류와의 대화이다. 앞서 스태프는 탕갈루마 ‘에코(Eco) 센터’에 데러간다. 자연을 지켜내면서 자연과 공생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과 자취들이 전시돼 있고, 자연이 인간에게 배려하고 삶터를 내어준 만큼, 인간이 야생 돌고래, 페리카나와의 교감, 식물 보호를 위해 배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일러준다.
이곳에서는 매일 야생 돌고래, 부엉이와 매의 중간처럼 생긴 쿠카부라, 펠리컨과 가마우지 먹이주기 체험을 한다.
에코 레인저가 그들의 식생과 특성, 자연을 대하는 사람의 도리에 대해 소상하게 전해준다. 오른손을 먹이를 줄 때 왼손은 가만히 있으라, 눈을 보면서 온화한 표정을 지으라, 그들도 우리도 서로의 감정을 느끼고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한다 등등 에코 레인저들이 일러준 야생 동물의 특성과 그들을 대하는 자세는 여행자가 자기 사는 곳으로 돌아가 무용담 소재로 써먹는데에도 손색이 없다.
탕갈루마에는 195종의 조류들 서식하는데, 사람과 친해진 아이들은 10여종 쯤 된다.
펠리컨과 가마우지는 붙어다닌다. 이곳 물새들은 꼭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제티선착장 쪽 백사장에서 한가롭게 논다. 다른 나라 새 같았으면, 사람이 적은 호젓한 곳에서 자기네끼리 놀건만.
선착장에 막 도착한 사람, 배를 타고 나가려는 사람들을 각각 마중, 배웅하듯 그렇게 펠리컨은 사람들을 우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먹이주기 시간이 되자 덩치 큰 펠리칸은 판단력이 좀 약하고 몸도 무겁다. 이에 비해 몸집 작은 가마우지는 영리하고 애교도 많다. 각각 톰과 제리에 비유할 만 하다.
에코 레인저의 손동작을 잘 캐치하는 가마우지가 먹이를 몇 번 채가면, 참고 참던 펠리칸이 가마우지한테 윽박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둘은 늘 같은 해변구역에 같이 논다.
쿠카부라는 좀 점잖고 시크하다. 에코레인저의 생태 설명이 길면 외면한다. “이 오빠, 밥 안주고 뭐를 이래 씨버래쌌노”하는 표정이다.
한 마리만 레인저의 먹이박스 위에 올려놓고 설명할 때에도 다른 쿠카부라는 외면한다. “가스나, 오빠가 니 편애한다고? 희망고문 그만 받고 꿈 깨라”라고 말하는 듯 하다.
에코레인저 오빠가 왜 먹이를 뜸하게 주는지 이해도 간다. 이곳의 피딩(feeding)이 그들의 메인 디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작은 양이라도 공평하게 나눠준다. 그렇게 시크한 태도를 보이던 쿠라부라는 다음날 오후4시에 또, 밀당의 고수인 이 오빠를 찾아 온다.
▶BTS 정국이 거기서 왜 나와= 탕갈루마 아일랜드 리조트의 메뉴는 김치와 흰죽이 나오는 동서양 혼합 뷔페, 그릴, 중국집 등 세계 어디에서 오든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폭넓은 구색을 갖추었다. 어느 식당에서 음식을 즐기든 눈부신 일몰을 볼 수 있다.
비치 카페에서 캐주얼 호주식 식사를 하고, 파이어 스톤에서 아시안 퓨전음식을 즐기면 되겠다. 리조트 바 B&B에서 칵테일이나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너무 신나고 의미있게 노느라 고단했던 심신을 풀 수도 있겠다.
파이어 스톤의 한 스태프는 한국말로 인사를 하고는 영업 개장 직전 커튼을 말아올릴 때 한국인 여행자들이 도와주려 하자 “괜찮아요, 저 혼자 할수 있어요”라고 한국말을 했다.
반가운 마음에 “어디가 고향이세요?” 라고 물었더니 “저는 시라카와현 가나자와에서 온 일본사람 마리코예요”라고 답했다. 방탄소년단(BTS) 정국을 너무 좋아해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드라마를 접했으며 문화를 알아가게 되었다고 했다. 일본인 아미(Army:BTS의 팬)를 남반구 호주의 외딴 섬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BTS 정국의 영향의 컸던 것인지, 우리는 그녀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고향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드디어 저, 곧 한국 가요”라고 좋아하던 마리코(眞理子)도 친절한 한국인 일행과 비슷한 반가움을 느꼈으리라 믿어본다.
▶환경지킴이 탕갈루마= 탕갈루마 아일랜드 리조트는 친환경 생태관광의 산업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탕갈루마는 글로벌 에코 인증 프로그램인 Earth Check의 골드 회원으로 같은 업종의 회사들이 정책과 관행의 변화를 통하여 환경보호에 참여하는 것을 돕고 있다. 탕갈루마는 리조트를 둘러싸고 있는 소중하고 특별한 국립공원과 해양공원을 보존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수목과 동물들을 돌본다.
탕갈루마는 기업회의, 콘퍼런스, 팀 빌딩 이벤트, 인센티브 단체 여행, 결혼식 등 다양한 여행자의 목적을 채워준다고 아이린 박 부장은 말했다. 호텔 스탠더드, 호텔 디럭스, 리조트 유닛, 패밀리 스위트, 비치 프런트 빌라, 딥 블루 아파트, 힐 탑 하우스 등 8가지 종류의 숙박시설을 갖췄다.
탕갈루마 전용 페리 여객 터미널은 승용차로 브리즈번 공항에서 약 10분, 브리즈번 CBD에서 약 20분 거리에 있는 핀켄바(Pinkenba)의 홀트(Holt)가 해안에 위치한다. 탕갈루마 페리는 매일 4회 브리즈번 홀트해안에서 모튼섬 탕갈루마 제티 선착장까지 여행자를 실어나른다. 헬기와 물새, 강력한 친환경 정책 때문에 탕갈루마 드론 촬영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면된다.
탕갈루마는 포경산업에서 휴양산업으로 전환한 곳이다. 친자연 건강 산업은 자연파괴형 개발 산업 보다 경제효과도 높다는 것이 이 섬에서 입증됐다.
야생 동물과 진정성 있는 친구되기, 고래 관찰 등 친자연 프로그램과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한 리조트 초기 경제효과가 자연파괴형 포경산업 후기의 경제효과 보다 2.2배 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62년 까지 고래 해체 작업이 이뤄지다 지금은 에코센터가 된 곳에 잘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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