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中 제끼고 ‘세계의 공장’ 못되는 이유...“길”이 문제 [세모금]
인도 뉴델리의 도로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인도가 글로벌 생산기지 분산화의 최대 수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물류 환경은 제조업 성장을 가로 막는 최대 장애물로 꼽힌다.

인도 국립 싱크탱크인 국가개혁위원회(NITI Aayog)에 따르면 인도의 화물 운송 가운데 도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71%에 달한다. 이어 철도가 17.5%, 항공 및 해상 등 기타 수단이 11.5% 순이다.

하지만 전체 도로 가운데 국가나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고속도로는 5% 수준에 불과하다. 제조업 생산시설이 들어서더라도 제때, 안전하게 제품을 운송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가장 열악한 분야는 인도 물류의 17.5%를 담당하는 철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의 철도 총 길이는 2010년부터 인도를 추월해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 기간은 중국이 명실상부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하면서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시기다. 현재는 약 10만㎞로 인도(6.81㎞)를 압도한다.

규모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중국은 철도 분야에서 크게 성장했다. 중국은 지난달 신형 고속철도 CR450호가 시범주행에서 최고시속 45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차다. 이 외에도 중국은 자기부상 열차인 상하이 마그레브(460㎞)와 CR400푸싱호(349㎞)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 中 제끼고 ‘세계의 공장’ 못되는 이유...“길”이 문제 [세모금]
지난 6월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 이 사고로 288명이 숨지고 1100명가량이 부상을 당했다. [AP]

반면 인도의 철도 총 길이는 수십년 간 6만㎞대에 정체돼 있다. 나롄드라 모디 총리는 집권 이후 열차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모디 총리는 향후 2년 간 2447억루피(약 3조8000억원)을 들여 철도역 508곳을 리모델링하겠단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 6월 오디샤주에서 일어난 충돌 사고로 288명이 사망한 참사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만 보여줬다.

글로벌 생산기지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해상 운송 인프라 역시 중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두 나라 모두 바다를 끼고 있지만 2021년 기준 중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2만626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인데 비해 인도는 1994만TEU에 불과하다.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홍콩해사처에 따르면 항만 처리량 기준 2022년 전세계 1위 항구는 상하이항이다. 상하이항은 2009년 싱가포르를 제친 뒤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상위 10개 항구 가운데 싱가포르(2위), 부산(7위), 로테르담(10위)를 제외하고 7개가 중국 항구다.

이에 비해 인도는 가장 높은 문드라가 27위, 자와할랄네루가 29위에 불과하다. 7500㎞에 달하는 긴 해안선과 인도양을 통과하는 해상 운송의 지리적 접근성을 거의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해운기업 CMA-CGM의 로돌프 사데 최고경영자(CEO)는 인도 및 동남아 국가가 중국처럼 대형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항만 터미널을 구축하는데 5~10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인도가 항만 부문에서 일본, 한국, 중국에 비해 인프라와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세계적인 제조업 중심지가 되려면 항만 등에서 대규모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물류가 받쳐주지 않으면 국내총생산(GDP)의 17.7%에 불과한 제조업을 2025년까지 25%로 올리겠단 모디 정권의 계획은 실현이 불가능한 것이다.

S&P의 글로벌 선적 분석 담당자인 라훌 카푸어 부사장은 “인도의 제조업 추진은 물류 투자에 달려있다”며 “강력한 물류 체계는 인도를 서비스 중심의 경제에서 제조업 중심의 경제로 바꾸는데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부랴부랴 인도 정부는 2047년까지 최대 880조루피(약 1경4000조원)를 투입해 중국에 뒤떨어지지 않는 물류 인프라를 갖추겠단 계획을 지난달 내놨다. 고속도로 길이는 현재보다 1.6배 늘리고 항구 처리능력은 4배 키우겠단 것이다. 철도망도 2배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잇따른 인프라 확충 계획이 급조됐으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모디 총리가 재선을 위한 이벤트성 기획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도 싱크탱크인 옵서버 연구재단(ORF)의 미히르 샤르마 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올린 기고문에서 모디 총리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 인프라 투자를 위한 공공지출을 크게 늘린 것을 두고 “올바른 집중”이라고 동의했다. 하지만 10년 전에도 수출 중심의 제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을 인프라에서 찾으면서 기초 공교육 등은 소홀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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