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발 영국행 여객기를 탑승한 샤론 스나이더 씨는 비행 과정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다. 좌석을 뒤로 젖혔다가 뒷자리 승객의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뒤에 앉은 승객은 등받이가 기울자 마자 곧장 좌석을 두드렸고, 스나이더 씨는 ‘장시간 비행을 위해서는 공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 채 승무원을 불러야 했다. 그는 “나는 비행기 티켓값을 지불했기 때문에 좌석을 젖힐 권리가 있다”면서 “(다른 승객들이) 내 비행을 비참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여객기 탑승 시 기내 좌석을 뒤로 젖혀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를 둘러싼 오랜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좌석을 뒤로 젖혔을 때 생기는 여유 공간이, 해당 좌석을 구입한 승객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뒤에 앉은 승객의 공간을 침범한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싼 승객들의 찬반 논쟁도 여전히 뜨겁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꺼질 줄 모르는 여객기 좌석 등받이 논란을 조명하며, 좌석 등받이를 자유롭게 사용해야한다는 ‘리클라이닝 옹호자’들과 뒤로 젖힌 좌석이 가뜩이나 좁은 공간을 더 좁게 만들어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전가한다는 ‘리클라이닝 반대론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좌석이 기울어질 때 만들어지는 몇 인치가 누구의 소유인지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 연방항공청(FAA) 측에는 기내 좌석을 젖히는 것을 허용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한다는 승객 의견들이 연일 제기되고 있고, 동시에 항공사들이 ‘뒤로 젖히기’ 버튼 자체를 없애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진행한 한 조사에서 미국인의 46%가 앞좌석의 등받이가 기우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좌석 등받이를 기울이지 못하게 하거나, 기울기 제한에 나선 항공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미 저가 항공사인 스피릿 항공의 경우 기내 좌석을 뒤로 젖힐 수 없게 했다. 좌석을 기울이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오히려 해당 항공사를 선호한다는 승객들도 있다.
델타항공은 지난 2019년 일부 노선에 대해 좌석 기울기 범위를 2인치 정도 줄였다. 항공사 대변인은 “(좌석 기울기 조정이) 고객 만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좌석을 눕히는 문제에 대해 “나는 좌석을 젖히지 않지만, 승객들이 좌석을 젖힐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등받이 논란’을 항공사가 등받이를 기울였을 때 발생하는 공간을 ‘중복’ 판매함으로써 생긴 문제라고 설명했다. 논란의 책임이 승객들이 아닌 항공사에 있다는 지적이다.
소유권 관련 권위자인 마이클 헬러 컬럼비아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마인!(MINE!)’에서 “현실적으로 승객들은 모두 (좌석 등받이 기울기 만큼의) 공간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항공사의 것”이라면서 “이 모호성을 이용해 항공사들은 그 공간을 두번 팔고 있고, 이로 인한 갈등의 책임은 매너와 정중함을 요구하는 식으로 승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라노바 대학 윤리프로그램의 브렛 윌모트 박사는 “윤리적인 문제로서 좌석 등받이 문제는 옳고 그름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항공권을 사면서 항공사들은 좌석을 젖히는 것을 포함해 승객들에게 특정한 권리를 부여한다”면서 “하지만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최고의 비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항공사들은 승객들이 주어진 권리를 완전히 활용하길 바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