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안효정·김영철 기자] 살인 등 흉악범죄가 발생하면 범인의 사이코패스 성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듯, 수사기관도 범인의 사이코패스 검사 진단결과를 공개하기도 한다. 경찰은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을 벌인 조선(33)의 경우 사이코패스로 분류됐다 밝히기도 했다.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을 벌인 최원종(22)의 경우 조현성 성격 장애 등의 진단으로 평가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흉악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진단 결과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사이코패스가 범죄의 원인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아 구조적인 범죄원인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는 범죄자의 인격적 특성을 파악해 범죄의 재발 대책을 마련할 때 활용한다. 사이코패스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를 가진 사람들로 공감 능력 부족, 죄책감 결여 등의 특성을 갖는다. 학계에선 인구당 사이코패스 비율을 1%~ 4%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러한 성격적 특성을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거쳐 점수화한다. 검사는 총 20문항에 만점은 40점이다. 국내에선 통상 25점을 넘기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국내에서는 2007년 특수강간 피의자를 대상으로 첫 사이코패스 진단검사가 시행됐고, 강호순과 유영철 등도 모두 25점을 넘어 사이코패스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앱을 통해 과외교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정유정도 25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에 대한 과도한 관심보단 흉악 범죄가 발생한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유사 범죄를 방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여부보단 이들이 저지른 사안의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검사 결과가 자극적인 이슈로만 소비될 경우 범죄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범죄의 재발을 막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최원종과 같은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주목하고 비슷한 양상의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이코패스 진단검사가 범죄 원인을 밝히기 보다는 ‘사전적 수단’이 아닌 출소 뒤 재범을 방지하는 ‘사후적 수단’에 속한다는 견해도 있다. 범죄원인을 밝혀, 범죄를 예방하는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하는 건 범죄자가 사이코패스로 판정될 경우 수용 생활에서 그 사람에게 필요한 교정 행령이 무엇인지 등을 고려하기 위함”이라며 “모든 범죄자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모든 살인범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며,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모두 살인범이 되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제임스 펠런 미국 UC어바인 의대 교수다. 그는 뇌신경과학자로, 사이코패스를 연구하다 본인이 사이코패스성향임을 확인했다.
성공한 사업가 중 사이코패스 성향이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호주 본드대의 범죄심리학자 나단 브룩스가 이끄는 연구팀이 1000여명의 미국 최겨경영자(CEO)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방식을 통해 분석한 결과(2016년), 21%가 임상적으로 강력한 사이코패스(psychopath) 특성을 보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