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군사 정변(쿠데타)이 발생한 서아프리카 니제르를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대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의 ‘군사 개입’ 경고 시한이 만료된 가운데, 니제르 사태가 국제적 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6일 외신 등에 따르면 ECOWAS가 대통령 석방과 헌정 질서 회복을 촉구하며 니제르 군부에 제시한 시한이 이날부로 만료됐다.
앞서 ECOWAS는 지난달 군부가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억류하고 쿠데타를 일으키자 지난 30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경제 제재를 결의하는 한편, 이날까지 군부가 쿠데타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 2∼4일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열린 국방수장회의에서는 병력 배치 방법과 시기 등을 담은 잠재적 군사 개입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하지만 군사 개입이라는 ECOWAS의 최후통첩은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니제르 군부는 이날까지도 여전히 바줌 대통령을 억류한 채, 심지어 니제르에 대한 공격이나 공격 시도를 “즉각적인 무력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맞경고를 날렸다.
수만 명의 니제르인도 이날 오후 니아메의 대형 경기장에 모여 ECOWAS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쿠데타 주체인 ‘조국수호국민회의(CNSP)’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를 높였다. 니아메의 한 시민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혁명을 위해 싸울 것이다. 적을 마주하고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오랫동안 이 쿠데타를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ECOWAS가 군사 개입에 나설 직접적인 조짐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니제르에 대한 무력 사용이 ‘최후의 수단’이란 게 ECOWAS의 입장인만큼, 단기간 내에 군사분쟁 발생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압델-파타우 무사 ECOWAS 정치·평화·안보담당 집행위원도 지난 4일 국방수장회의 뒤 ‘외교적 노력’을 우선시 한다는 점을 강조며 가급적 역내 무력충돌을 피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우리는 니제르 쿠데타 지도부에 모든 상황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있다는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ECOWAS가 니제르에 진입할 준비가 덜 됐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아프리카 내 전면전 가능성도 ECOWAS가 군사 개입을 주저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니제르처럼 군부가 통치하는 말리와 부르키나파소가 니제르에 대한 군사 개입이 이뤄질 경우 이를 자국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니제르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날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은 현지 TV 인터뷰에서 “(니제르에 대한 군사 개입은) 알제리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군사 개입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쿠데타 세력이 러시아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 역시 전면전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만약 니제르를 둘러싼 군사적 분쟁이 현실화한다면, 사헬(사하라 사막의 남쪽 주변)뿐만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 강대국까지 대입하는 국제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니제르는 사헬 지역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소탕을 위한 프랑스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전략적 요충지로, 프랑스군 1500명과 미군 1100명을 포함해 독일, 이탈리아 등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프랑스군은 쿠데타로 군정이 들어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 러시아와 바그너 그룹 용병의 영향력이 커지자 양국에서 모두 철수하고 거점을 니제르로 옮긴 바 있다.
미국은 축출 당한 바줌 대통령을 지지하며 지난 4일 군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니제르에 대한 지원을 일부 중단키로 한 상태다.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총사령관은 자신의 X(트위터) 계정을 통해 “니제르 사태가 아프리카에서의 전면전으로 이어질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면서 “이는 중대하고 파괴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