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여자월드컵 개최지 호주여행①
지난달 30일 한국전 열린 애들레이드
오발스타디움 클라이밍 찬란한 석양
보타닉가든 야간조명쇼 “환상적”
[헤럴드경제(호주 애들레이드)=함영훈 선임기자]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는 2023 호주-뉴질랜드 FIFA 여자월드컵 대회가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지난 달 30일 한국전이 열렸던 호주 애들레이드 공항에 내리니 한국의 3월 같은 서늘하고 상큼한 바람이 콧날을 스쳤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州)의 주도 애들레이드는 쌀쌀했다 다시 포근해지는 날씨 변곡점을 막 지나 낮 기온이 14~19도로 오르는 등 본격적인 봄의 신호탄을 쏘고 있었다. 세계 최고 청정 생태 국가답게 콧끝을 스치는 이곳의 상쾌한 공기는 미세먼지와 높은 습도로 힘든 일상을 보냈던 우리에게 꿀맛 같은 힐링을 전해준다.
도심에 들어서자 인구 120만명 다문화도시인 애들레이드는 호주 내에서도 영국의 간섭을 덜 받은 첫 자치도시의 역사를 자랑하듯 빅토리아 시대 영국식 옛 건물과 최첨단 현대식 빌딩, 동양적 생활 건축물, 한국-중국-일본식 식당 등에 영어·한글·중국어·일본어·그리스어 등 저마다의 언어로 된 간판을 걸어 놓고 지구촌 어디에서 왔든 환영해준다.
이 도시에서는 청정 녹지공원에 가서 오감을 정화해도 되고, 자치도시의 개척자이지만 청빈하게 살다 간 ‘라이트(W.Light) 플랜’ 시대, 그 이후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역사 유산을 탐방해도 좋다.
또 오래된 시장에서의 흥정과 득템, 할렛 코브 등 해안과 산악지역의 신비한 지질 탐구, 다문화 존중의 문화가 몸에 배어 인정 넘치는 호주 와인의 메카 ‘맥라렌베일’ 마을에서 정을 나누며 살아보기 등도 추천할만하다. 안온하고 정감 넘치는 여행지이다.
특별하고 짜릿한 여행도 있다. 높고 큰 축구 경기장 지붕 오르기, 낮에는 물론이고 밤에도 살아있는 보타닉 가든의 환상 음악 조명쇼 산책이 그것이다. 171년 된 산중 고택 ‘마운트 로프티(Lofty) 하우스’에서의 하룻밤도 특별하다.
▶밤에도 아름다운 보타닉가든= 애들레이드는 토렌스강이 남북을 가르는 도시 한복판을 청정 공기 산소통으로 비워두었다. 도시 중심부에 거대한 초록색 수목 공원, 스카이 시티·페스티벌 프라자·카우르나 랜드 등 자연과 문화예술 공간이 자리잡았다. 도시 한복판에서 약간 비켜나야 비로소 빅토리아 시대의 건물과 시장이 어우러진 번화가가 있다.
애들레이드 도심의 청정 녹지지대 ‘보타닉 가든’은 호주 전역과 전 세계에서 온 식물들의 경연장이다. 50헥타르(㏊)에 달하는 보타닉 가든은 다양한 수종, 꽃, 홀륭한 음식점, 카페, 야간 판타지 조명쇼 등 다채로운 건강 볼거리를 제공한다.
1881년에 완공된 산토스 경제 식물학 박물관은 다채로운 식물 콘텐츠, 그리스 고전양식 건축물 인문학이 어우러진 곳이다. 선물용품 스토어가 없는 대신 꽃과 나무, 씨앗을 판매하는 디거스 가든샵이 있다. 청정생태 세계 1위 국가인 호주의 원예와 조경 미학을 벤치마킹해 자기 동네를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희망을 품게 한다.
특히 낮에만 건강한 아름다움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밤에 조명쇼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초록과 주홍의 대비로 밤에도 수목원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계 어디에도 보기 힘든 풍경이다.
공원을 관통하는 긴 오솔길엔 환타지 연극 무대에서 활용하는 미스트가 몽환적인 분위기로 만들고, 그 사이로 굵은 레이저 광선과 그 주변의 자연색, 다양한 포맷의 조명기술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애들레이드 센트럴 마켓= 애들레이드 도심 녹지 지대를 조금만 벗어나면 100년이 좀 지난 중앙시장이 있다. 다문화 사회의 지혜를 모아 일군 신선 농산물, 수산물이 진열돼 있고, 지구촌 음식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시장 주변으로 코리아나마트 등 많은 가게들이 몰려들면서 상권이 확장되는 양상이다.
연중 내내 수 백개 점포가 시민과 여행자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고, 여행자는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사는데, 시장 사람들의 표정에 미소와 인정이 넘친다.
도시 탄생 때부터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된 호주 유일의 ‘차별없는 대도시’였고, 이는 순수함과 밝은 미소로 드러난다. 오래된 레트로 감성의 카메라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자 주인은 필름 보관함 등 추억의 소품들을 얹어주었다.
특히나 이곳은 애들레이드에서 인기 있는 카페, 식당들이 함께 모여 있다. 긴 푸드코트 행렬 앞에는 어느 가게의 소유라고 할 수 없는 긴 홀이 있어 자유롭게 서유럽, 남유럽,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아메리칸 등 여러 음식 문화를 다채롭게 즐긴다. 애들레이드 중앙시장에 가는 것 만으로 지구촌 미식여행을 할 수 있다.
▶축구 경기장 ‘오벌’ 클라이밍 “짜릿”= 크리켓과 축구 경기장인 오벌(Oval) 스타디움 클라이밍은 애들레이드 액티비티의 백미다. 지상에서 시작해 곡선형 루프를 따라 걷다가 최고 50m 높이까지 올라가 예술적 곡선의 경기장 지붕을 90분 간 산책하며 시내를 사방으로 조망하는 여행이다.
안전 복장과 장비를 착용한 뒤 전문 가이드를 따라 가는데, 가이드는 경기장 주변 리버뱅크(Riverbank)의 문화 예술과 도시 랜드마크들을 해설해준다.
오벌의 흰색 웨스턴 스탠드 옥상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동안 해안선부터 산기슭까지, 애들레이드와 도심 너머 변두리 청정 산악지역까지 360도의 전망을 감상한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여행 패키지이다.
가장 높은 곳의 관중석은 비싼 로얄석 보다 20m 가량 높은, 그라운드 기준 50m 위에 있다. 축구로 치면 골대, 크리켓으로 치면 볼러(투수) 마운드 바로 위라서, 결정적인 장면을 수직으로 내려다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용감한 여행자들은 벼랑 끝 쇠막대에 몸 고리를 건 채 그라운드 쪽으로 몸을 젖히는 포즈를 취하며 인생사진을 찍는다.
해질녘 클라이밍 여행을 한다면 붉은 노을이 푸른 애들에이드를 감싸는 환상적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겠다. 다만 휴대폰을 들고 갈 수 없어 스태프들이 찍어준 사진에 만족해야 한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다.
애들레이드가 경제적 측면에서 다른 호주의 대도시를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차별 없이 각 국의 이민자들의 노하우를 잘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은 와인이다. 맥라렌베일·바로사밸리 등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가 다양한 협업과 노하우 공유 덕분에 호주 전체 와인 수출의 64%를 담당할 정도로 와인 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이웃끼리 참 친하게 지내는 애들레이드 맥라렌베일 마을은 막 연두빛을 싹 틔우는 초원 위 벚꽃 아래로 양들이 뛰어 노는 풍경을 빚어내고, 애들레이드~그레이트 오션로드~질롱에 이르는 900㎞ 남호주 해안도로는 남극과 마주보는 세계 최고의 바다 풍광을 선사한다. 폭염에 시달리던 한국 여행자의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넣었다.
■FIFA 여자월드컵 계기, 호주 애들레이드-탕갈루마-브리즈번 여행, 글싣는 순서
▶2023.8.7. ①포근하게, 짜릿하게..애들레이드의 매력 ②애들레이드, 첫 다문화 자치도시의 정감 ③애들레이드 남호주 오션로드 700㎞ 비경
▶2023.08.13. ④예술축구 이긴 호주 예술, 유럽에 기죽지않은 이유
▶2023.08.15. ⑤호주에선 왜 남호주 와인만 강세일까..벤 농가의 하루 ⑥애들레이드 힐스 로프티 고택이 주는 작은 평화 ⑦남호주 해상마차 타봤니..코알라 안아주기는?
▶2023.8.17. ⑧탕갈루마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 감동여행 버킷리스트 ⑨K-드라마 같은 탕갈루마 야생돌고래-인간 40년 우정 ⑩퀸즈랜드 탕갈루마 바다 15척의 난파선, 보물선? ⑪탕갈루마섬 사막 질주, 펠리칸 대화..BTS 아미도 ⑫퀸즈랜드-탕갈루마, 우영우 혹등고래 가장 역동적
▶2023.8.20. ⑬브리즈번 ‘퀸즈워프’와 올림픽 준비 현장 가보니.. ⑭브리즈번 강남스타일- 사우스뱅크 르네상스 ⑮브리즈번 스토리대교, 낮엔 오르고, 밤엔 취하고.. (16)파란만장 보타닉과 더 밸리의 나이트 피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