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 한국 증시가 테마주만 좇는 ‘포모(FOMO, Fears Of Missing Out) 증후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포모 증후군이란 자신만 뒤처지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고립 공포감을 뜻한다.
포모 증후군은 “나만 벼락거지가 될 수는 없다”는 불안감에 집값이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앞다퉈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로 주택 매수에 나서는 현상을 낳았고,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자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투자광풍을 불러왔다. 부동산과 가상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한동안 잠잠했지만, 가상현실부터 시작된 테마주 쏠림현상이 올해는 2차전지, 초전도체로 이어지면서 ‘포모 사피엔스(포모에 휩싸인 개인투자자)’가 한국 증시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2차전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초전도체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이번만큼은 놓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초전도체 관련주 폭등을 이끌었다.
초전도체 관련주로 지목된 덕성의 지난 3일 거래대금은,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상온 초전도체 논문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달 27일 대비 무려 1469배나 폭증했다. 지난 5거래일 동안 관련주들의 수익률도 기록적이다. 덕성은 163%, 서남은 221%, 신성델타테크는 108%, 모비스125%, 서원은 80%에 달한다. 서남과 덕성은 3거래일 연속으로, 서원은 2거래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만 3일 정규장 마감 이후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물질(LK-99)을 상온 초전도체라고 입증하기엔 부족하다고 한 소식이 전해지며 시간 외 거래에서 줄줄이 하한가를 찍었다.
‘줄 상한가’에 이은 ‘줄 하한가’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포모 증후군은 주가가 올라갈 때에는 좋지만 내려갈 때에도 속도를 가속화한다. 개인의 손절 매도 영향력이 부각돼 낙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해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일별 거래 대금 대비 순매수 수치 평균은 기관과 외인, 개인 순으로 높았다. 기관들은 매수와 매도 목적 외에는 트레이딩 수요가 가장 적지만, 개인은 당일 시세 차익을 위한 거래가 많았다는 의미다.
물론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어 초전도체에 대한 검증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에 참여한 교수는 같은날 “LK-99는 초전도 현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된다.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본다”고 확신했다. 또 미국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LN)는 초전도체 실존을 긍정적으로 평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도 검증이 한창 진행중이다.
다만 이는 과학의 영역이다. 투자의 영역에서 바라보면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특히 초전도체가 실존한다하더라도 관련주들이 초전도체와 연관이 얼마나 있는지, 향후 사업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학계에서는 “LK-99가 진짜 초전도체라고 해도 상용화되기까지는 또다시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대단한 발견인 것은 분명하지만 상용화는 또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감당가능한 비용으로 상용화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오랜 기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해도 금세 형성되는 테마주 때문에, 그 성과가 폄하받거나 음모론에 휩싸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포모 증후군에 충실한 투자가 투자의 영역은 물론 과학의 영역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너야말로 포모사피엔스”라며 상대가 들고 있는 종목은 현재 고공행진 중인 주가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비난하기 바쁘다. 하지만 스스로는 알 것이다. 본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같은 종목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도 영원한 동지는 아니다. 스스로는 알 것이다. “나만 물리지 않으면 된다”며 상대가 이 상한가 파티의 파티값을 내기를 바란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