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4조2379억원을 기록, 분기 영업이익 첫 4조원 시대를 열었다. 기아차 영업이익도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 합산이익이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글로벌 2위까지 올라섰다. 매출 역시 작년보다 17.4% 늘어난 42조2497억원으로 모두 예상을 넘어선 수치다. 반도체 실적 부진 등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에서 거둔 성과라 의미가 남다르다.

현대차의 실적은 양적·질적으로 모두 양호한 모양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10%에 달한 점이 긍정적이다. 1000원 짜리를 팔아 100원을 남겼다는 얘기로 수백만대 차량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대중 브랜드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은 쉽지 않다. 도요타를 비롯해 폴크스바겐,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테슬라도 전기차 저가 공세로 9.6%로 떨어졌다. 벤츠와 BMW 정도가 현대차보다 높다. 그동안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비중을 늘리고 원가를 절감하는 혁신과 도전을 지속해온 결과다. 실제로 현대차는 2분기 마진이 높은 SUV, 제네시스 등 고가 차량 판매가 12.7%나 늘어났다.

현대차의 질주와 달리 그동안 한국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태다. 27일 발표한 삼성전자 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손실은 4조3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줄었다. SK하이닉스 역시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내 상반기 적자 규모만 6조3000억원에 달한다. 하반기부터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늘어 실적 기대감을 높이는 건 다행이다. 다만 반도체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호시절로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세계 시장 구조 변화 등으로 앞날은 불투명하다. 수출도 10개월 연속 감소세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어 0%대 성장률 고착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다른 나라의 성장치를 올려 잡으면서 우리 성장률은 다섯 번 연속 내려 잡은 점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때다.

저성장에 발목 잡히지 않으면서 한국경제가 지속 성장하는 길은 기업 혁신밖에 답이 없다. 그런 면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현대차 사례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군대 같던 회사가 어떻게 이렇게 멋있어졌나”라며 현대차의 빠른 시장 대응력과 과감한 투자에 주목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은 생물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기업이 앞으로 나가는데 발목을 잡는 규제를 없애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부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