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리인하 대신 지준율 인하

일본 ‘끈질긴 금융완화’…국채금리 변동폭 주목

한국 금리동결…가계부채 ‘고심’

美연준, 기준금리 0.25%p 인상…한·미 금리차 2%p ‘사상 최대’[종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한·중·일 통화당국이 고심에 빠졌다.

이미 미국과 금리 격차가 상당한 상황이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 인상에도, 인하에도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대신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와 정부 경기부양 정책 등 미시적인 조치를 통해 ‘핀셋 금융안정’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 FOMC 금리 인상 한 차례로 끝날까…한·중·일은 ‘경기부양’ 딜레마[머니뭐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에서 열린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미국 물가 2년 전 수준으로…9월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연준은 현지시간 25~26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5.00~5.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해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4.8%, 전월 대비 0.2% 각각 올랐다. 근원 CPI 상승폭도 2021년 8월 이후 최소였다.

미국 물가 둔화세가 확실해지면서 연준이 다음 FOMC에서 금리를 올릴지 관심이 몰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연준 관계자와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가 일시적인 것이고, 강한 노동시장이 결국 근원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어 추가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이번 긴축이 마지막이 돼야 하며, 경기를 위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3%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리안츠SE의 경제 고문인 모하메드-엘 에리안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약 3%로 유지해야 하며 정책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경제를 압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의 개편과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전환 비용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3%가 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 역시 “인플레이션을 9%에서 3%로 낮춘다면 2%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시장의 신뢰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사실상 이번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집계에 따르면 26일 기준 연준이 9월, 10월, 12월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각각 21.0%, 34.1%, 31.9%로 보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고 미국 경제가 빠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조만간 소비가 줄어들면서 8월부터는 고용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서도 “4분기 후반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 컨센서스는 내년 상반기지만 빠르면 11월, 12월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미 FOMC 금리 인상 한 차례로 끝날까…한·중·일은 ‘경기부양’ 딜레마[머니뭐니]
이창용(오른쪽)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12차 한중일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판궁성(왼쪽) 중국인민은행 대표, 우에다(가운데)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

중국 ‘경기부양’·일본 ‘금융완화’·한국 ‘동결 관망’

이에 따라 미국보다 더 큰 경기 침체 우려를 받고 있는 세 국가는 통화정책을 현 수준으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추가로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웨카이증권의 뤄즈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증권보에 “현재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낮출 여지가 있다”면서 “시기적절한 하향 조정은 유동성을 합리적으로 유지하고, 기업 자금 조달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준율은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준비 비율로, 지준율을 낮추면 시중은행 입장에서 유동성을 확보해 더 많은 대출을 취급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24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중앙정치국회의를 개최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향후 소비 및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은 강화되겠지만 선별적 지원 기조를 유지하면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도 지속 추진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FOMC 직후인 27~28일 개최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지금과 같은 금융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에다 총재는 앞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물가상승률 2%를 실현할 때까지 금융중개 기능과 시장기능을 배려하면서 끈질기게 금융 완화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본은행은 아직까지 높은 물가상승률이나 엔화 약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는 입장”이라며 “일본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국과 중국 갈등 사이에서의 어부지리다. 일본 전체의 체질이 바뀌는 것으로 보긴 어렵기 때문에 일본은행이 지금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것에 대해 신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추가 금리 인상 여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매파(금리 긴축 선호)적 발언을 연이어 내놓았지만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리고 가장 먼저 금리를 동결한 만큼 인하도 가장 먼저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물가상승률이 더 낮다”며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구성 요소들이 모두 좋지 않다. 올릴 필요는 없고 오히려 내려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달 초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경기 대응에 방점을 뒀다. 세 가지 중점 과제로 ▷경제 활력 제고 ▷민생 경제 안정 ▷ 경제 체질 개선 등을 제시했다.

다만 정부가 이미 많은 예산을 소진한 데다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지출을 줄이고 있어 하반기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은이 발표한 2분기 GDP 속보치를 보면 정부소비는 1.9%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수가 어려운 상황이고 정부는 추경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돈을 쏟아붓는 정책을 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면서 “한은은 간접적으로 은행이 중소기업 등에 대출해 줄 수 있도록 저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 말고는 부문 별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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