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주요 은행들의 6월 연체율이 전월에 비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은행권이 상반기에만 2조2000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내다 판 데 따른 ‘착시효과’에 불과했다. 고금리, 경기둔화 등에 따라 회수 불가능한 부실채권 규모가 늘어나자, 은행들이 이를 대규모로 내다 팔며 건전성 수치를 끌어내린 것이다.
5대 은행, 6월 연체율 하락…1.2조원 부실채권 내다판 영향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 6월 기준 건전성 지표는 전월(5월)과 비교해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말 기준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9%로 전월(0.33%)과 비교해 0.04%포인트 개선됐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 또한 0.25%로 전월(0.3%)과 비교해 0.05%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부실채권 처분 규모가 커진 데 따른 ‘착시효과’에 불과했다. 올해 2분기 5대 은행은 1분기(8570억원)과 비교해 58% 늘어난 1조356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처분했다. 이중 6월 처분 규모만 1조2646억원으로 2분기 전체 규모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6월 건전성 지표가 전월에 비해 소폭 개선된 이유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이하’ 등급의 부실채권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한다. 그리고 회수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하고 장부에서 지우는 ‘상각’ 과정을 거치거나,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매각한다. 상각 대상에는 주로 무담보 신용대출 채권이 많고, 매각의 경우 주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상반기 5대 은행이 내다 판 부실채권 규모, 지난해 전체 수준
5대 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규모는 올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 건전성 지표의 악화 속도가 빨라지며, 주요 은행들의 부실채권 관리 규모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 2조2130억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전체 규모(2조2713억원)와 유사한 수준이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상·매각하면, 해당 채권은 대차대조표상 보유 자산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자산은 줄지만, 연체율이나 NPL 비율 등은 낮아진다. 부실채권이 매각될 시 손익계산서상에는 때에 따라 이익 또는 손실로 간주된다.
예컨대 100억원어치 부실 채권에 대해 사전에 충당금 30억원이 적립됐고, 90억원에 매각했다면 회계상 20억원의 기타영업이익이 계상된다. 매각대금(90억원)과 충당금(30억원)을 더한 값(120억원)에서 본래 채권 규모를 제하기 때문이다. 즉, 헐값에 매각을 시행했다면 충당금을 더한다고 해도 손실을 피하기가 어렵다.
다만, 이러한 과정은 단기적 처리 과정일 뿐이다. 중장기적으로 부실채권이 많을수록 그만큼 이익을 떼 충당금을 쌓아둬야 한다. 따라서 건전성 관리가 되지 않으면 결국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취약·한계기업 연체율 높아져”…실제 건전성 전망은 어둡다
심지어 전망은 밝지 않다. 경기둔화 및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며, 은행권에서는 하반기 건전성 지표가 꾸준히 하락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경기 수준에 민감한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며, 전체 건전성 수준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기말에 진행되는 연체 채권 상·매각으로 6월 연체율과 NPL 비율 등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실질 연체율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라며 “경기부진 장기화 탓에 취약·한계기업들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코로나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연체율은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초 중소법인 연체율이 늘다가, 현재 개인사업자와 가계의 연체도 함께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연체가 특정 업체나 업종에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점이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