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강석훈도 주목…중동자금 공략 나선 금융권, 왜[세모금]
루부르 아부다비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중동 진출을 적극 지원하며 ‘제2의 중동 붐’을 구상하는 가운데, 금융권 수장들도 중동 자금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신뢰가 중요한 중동 지역 문화 특성 상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네트워크 확보에 나서며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업의 경우 사업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요한 데다가,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은 막대한 자금력을 갖춰 더욱 매력적이란 판단에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UAE 두바이를 방문했다. 윤 회장은 싱가포르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 아·태 자문위원회를 참석한 뒤 두바이로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UAE 내에서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주요 기관들을 만나 국내 금융 시장 및 KB금융을 알리는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지난 해에도 중동 지역을 방문한 바 있다.

KB금융의 경우 금융지주들 중 외국인 주주 비중이 가장 높다. KB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71.8%로 4대 금융지주의 61.2% 보다도 높다. 국내주식 평균(12.07%)이나 코스피 평균(18.16%)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가 주가 상승에 필요한 만큼 윤 회장 또한 기존에 교류해오던 미국, 영국, 싱가포르 외에 북유럽과 중동 지역 등을 신규 투자처로 살펴보고 있다. 중동 지역의 경우 자금 여력이 상당하지만, 상호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 거래가 쉽게 트이지 않아 매년 방문해 공을 들여야한다는 설명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신규 투자처 발굴을 위한 일반적인 기업설명회(IR)로 보면 된다”며 “당분간 (채권 등 다양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에쿼티에 투자해줄 투자자들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윤종규·강석훈도 주목…중동자금 공략 나선 금융권, 왜[세모금]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사 전경.[KB금융그룹 제공]

산업은행도 정부의 UAE 투자 유치 기조에 따라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협의해 투자제안을 전달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지난 1월 한국과 UAE의 정상회담 당시 UAE의 300억달러 투자 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무바달라 고위급 면담 및 실무급 면담, 아부다비 국부펀드 등 7개 기관의 방한 등을 성사해 UAE와 신뢰를 쌓고 있다”며 “해당 지역 특성상 컨피덴셜(비밀)이 생각보다 강해 쉽게 말하긴 어렵지만 긴밀하게 소통해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지역 공략에 나선건 금융권 뿐만이 아니다. 네이버는 올 3월 사우디 주택부 및 투자부와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에 다각적으로 협력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며 올해 디지털 협력자로 나섰다. 지난 6월에는 UAE 구성 토후국인 샤르자의 셰이크 사우드 술탄 빈 모하메드 알 카시미 왕자 등 샤르자 왕실 고위대표단 일행이 네이버 신사옥 ‘1784’를 찾았다. 당시 방문단들은 디지털 혁신・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동 특성 상 움직일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커서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며 “중동 국부펀드 내에서 탈석유 시대에 대비해 다양한 투자를 하는 중인만큼 국내 금융사들이 중장기적으로 공을 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과거 1970년대 ‘중동 붐’ 당시 대형 건설 사업 위주로 중동 지역에서 오일머니를 끌어왔다면, 현재는 인공지능(AI), 수소, 스마트 시티 등 신산업 분야 전반에서의 협력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동 자금이 경제의 혈맥으로 불리는 금융 분야 투자로도 흘러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지역은 경제 성장 전망률도 높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쿠웨이트·오만·UAE·카타르 등 GCC 6개 회원국은 올해 6.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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