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의존 줄인다더니…中 ‘자원 무기화’에 초긴장, 왜? [세모금]
지난 2010년 중국 장쑤성 롄윈강시의 한 항구에서 수출용 희토류가 함유된 흙을 운반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중국이 다음 달부터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갈륨과 게르마늄 등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 노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자재 수급에 있어 대중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선진국들의 야심찬 선언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과 첨단기술 분야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산업에서 중국이 여전히 지배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중국을 배제한 서방의 공급망 전환 노력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핵심 광물 수출 제한 결정은 탈탄소를 위한 (선진국의) 노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美 IRA·EU 핵심광물법…中 의존 줄이기 나섰지만

대중 의존 줄인다더니…中 ‘자원 무기화’에 초긴장, 왜? [세모금]
스웨덴 북부의 한 광산. 지난 3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핵심 광물에 대한 제3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한 ‘핵심원자재법’을 발표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로이터]

업계에서는 일찍부터 대중국 반도체 제재에 대응해 중국이 희토류를 비롯한 희귀금속의 수출 제한을 꺼낼 것으로 관측해왔다. 2010년 일본과 센카쿠열도 갈등을 빚자 중국은 희토류 대일(對日) 수출금지를 맞대응 카드로 사용한 바 있다.

지난 5월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미 중국 정부는 수출규제 품목에 전기차나 풍력발전 모터에 쓰이는 희토류 자석 제조 기술을 수출 금지 대상에 추가했다고 한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는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데 속도를 내왔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및 첨단기술 굴기에 대응하는 한편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공급망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위기 의식이 확산한 결과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3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가 발표한 핵심원자재법(CRMA)이다.

EU의 핵심원자재법은 오는 2030년까지 종류 및 가공 단계를 불문하고 특정 제3국산 전략 원자재의 비율을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EU는 현재 희토류와 마그네슘, 리튬 등 전기차와 반도체, 태양광 패널 등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의 9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EU는 이같은 원자재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핵심원자재 생산국과 주요 소비국을 연결하는 핵심원자재 클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중국산 핵심광물 배제에 나서고 있다. IRA 규정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위해 제조사들은 2025년부터 전기차 배터리에 중국과 러시아 등 외국 우려기업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을 써선 안된다.

中 원자재 공급망 지배력 여전…“서방, 최소 15년 뒤쳐져”

대중 의존 줄인다더니…中 ‘자원 무기화’에 초긴장, 왜? [세모금]
중국 내몰골의 광산 [로이터]

서방의 야심찬 계획에도 전문가들은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정치매체 포린폴리시는 일례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선 미국의 희토류 산업 재건 노력을 꼽았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자국 기업들의 희토류 생산 지원과 비축량 확대 등에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구축한 규모의 경제와 기술 격차를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희토류 자문사인 쓰리컨설팅의 제임스 케네디 사장은 “정부 차원의 희토류 프로젝트는 결국 희토류와 관련한 미국의 시계를 움직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희토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원자재 공급망 재편 노력에 있어서도 똑같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유럽정책센터(EPC)는 EU의 핵심광물 산업이 중국에 비해 최소 15년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광물 채굴을 선도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유럽 채굴 역량의 증대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핵심광물이 발견되더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형태로 추출하고 정제하는 것은 비용과 기술이 요구된다”면서 “게다가 다른 국가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더라도 이미 현지 광산의 절반 이상은 중국 회사들에 의해 소유되거나 통제되고 있다”고 전했다.

中 자원 무기화에 ‘대중 연합 전선’ 약화?

대중 의존 줄인다더니…中 ‘자원 무기화’에 초긴장, 왜? [세모금]
전문가들은 핵심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대중 의존도를 줄이려는 서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결국미국 주도의 대중 제재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

경제 싱크탱크 브뤼겔의 시몬 탈리아 피에트라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행동은 누가 게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면서 “현실은 서방이 원자재 공급망에서 중국의 위험을 제거하려면 적어도 10년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폴 트리올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공급망을 무기화하기로 선택한다면 미국과 EU, 아시아의 계산이 크게 복잡해질 것이다. 핵심 광물 공급망의 일부라도 재건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면서 “결과적으로는 미국과 서방이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최근 수출 규제를 철회하도록 설득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중 의존 줄인다더니…中 ‘자원 무기화’에 초긴장, 왜? [세모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