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원데이 클래스’ 체험기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귀족의 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술’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위스키, 해외여행 다녀올 때 누군가 한 병쯤 사 오는 걸 본 적 있나요. 애주가라면 미리 챙기는 위스키 면세점 쇼핑, 이유가 있습니다. 면세점에서는 20만원대지만 술집에서는 80만~90만원, 즉 3~4배 가격으로 뛰기 때문인데요.
세금〉술값…애주가, 면세점 위스키 코너 찾는 이유
수입 위스키는 보통 해외에서 한국 수입사를 통해 들어온 뒤 도소매업체를 통해 소비자를 만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세금과 유통비용이 붙는데요. 우선 위스키는 수입 관세 20%는 기본이고요. 가격이 높아질수록 세금이 올라가는 ‘종가세(1968년부터)’를 적용받고 있어서 주세가 ‘구입비용+관세’ 기준 72% 적용됩니다. 여기에 주세의 30%인 교육세, 10%의 부가세가 더해집니다.
때문에 알뜰하게 마신다는 사람이라면 면세점 쇼핑에 주목합니다. 지난해 9월부터 관세법 시행규칙이 바뀌어서 술에 대한 면세 한도가 1병(1ℓ·400달러 이하)에서 2병(2ℓ·400달러 이하)으로 바뀐 점도 빠질 수가 없겠네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헤럴드경제는 위스키 원데이 클래스를 다녀왔습니다. 24일 서울 마포구 몰트바 루바토에서는 인문학 와인 모임 ‘그날의분위기’가 운영하는 원데이 위스키 클래스가 열렸는데요. 그날 수업에서는 믹솔로지스트(칵테일 혼합 전문가) 한지안 씨가 위스키의 역사·종류·어원과 마시면서 알면 좋은 상식은 물론 ‘여름 휴가철 면세점에서 사면 좋은 위스키 4종’을 소개했습니다.
보리, 밀, 옥수수, 호밀 등을 원료로 만들어진 증류주인 위스키는 끝자리만 봐도 어느 곳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위스키의 원산지는 스코틀랜드입니다. 스코틀랜드·캐나다의 위스키는 whisky로 , 아일랜드와 미국 위스키는 whiskey로 표기된다고 하는데요. 최근엔 대만 카발란 위스키처럼 신대륙 위스키도 있습니다.
그날 등장한 4종류 위스키는 ①카발란(Kavalan) 솔리스트 버번 위스키 ②라가불린 (Lagavulin) 16년 ③조니워커 블루라벨(Johnnie Walker Blue Label) ④글렌모렌지 시그넷(Glenmorangie Signet), 네 종류였습니다. 가격대는 200달러(USD) 전후이지만, 면세점에서 구입할 경우 해당 금액에 비해 50만~60만원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본 그 브랜드, 카발란은요?
카발란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헤어질 결심’에도 나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대만의 위스키 회사입니다(영화에 나온 제품은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입니다). 한씨가 그날 소개한 카발란 제품은 버번 통(cask)에 담겨졌다 옥수수가 들어간 미국식 싱글몰트 위스키인 솔리스트 버번캐스크인데요. 단맛이 특징이랍니다.
이 제품은 통에서 병으로 술을 넣을 때 물로 희석하지 않은 제품인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타입입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한 증류소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를 의미하는데, 카발란 증류소는 2006년 만들어져 역사적 상대적으로 짧지만 대만의 기후 특성상 덥고 습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술을 생산한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캐스크 스트렝스 종류의 위스키는 알코올의 도수가 높고, 그 향도 강합니다. 한씨는 “물을 타지 않은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는 45~70도나 된다. 향미를 높이기 위해 여기에 한두 방울 물을 추가해서 먹는 ‘미즈와리(水割り)’ 방식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설적인 위스키 평론가가 추천한 라가불린 16년
두 번째 제품은 라가불린 16년이었는데요. 여기서 ‘16’이란 숫자가 특별합니다. 보통 위스키에는 잘 없는 게 16년 제품이라고 합니다. 위스키는 다른 증류주와 다르게 숙성 기간을 표현합니다. 라가불린 16년은 16년 동안 오크통에서 숙성된 라가불린 이란 의미죠. 한씨는 “이 제품은 스코틀랜드의 아일라라는 섬에서 만들어져 해초향과 짠맛의 느낌이 담겨 있다”며 “전설적인 위스키 평론가인 마이클 잭슨(팝 가수와 동명이인)이 살면서 최고점을 준 위스키”라고 소개했습니다. 요오드향과 스모키함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합니다.
블렌딩 위스키 ‘조니워커 블루라벨’…“섬세함”
그날 한씨는 섬세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블렌딩 제품인 스카치 위스키인 조니워커 블루라벨을 추천했습니다. 그는 “스모키함과 오렌지향이 특징인데 알코올의 쏘는 맛도 느낄 수 있다”며 “우아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글렌모렌지 시그넷…훈연향+‘로스팅 몰트’
훈연향이 더해져 ‘로스팅 몰트’를 쓴 글렌모렌지 시그넷은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입니다. 로스팅 몰트는 커피처럼 맥아를 볶아서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강렬한 스파이스가 특징으로 초콜릿과 잘 어울리는데 세련된 패키지도 특징이라고 합니다.
위스키는 최근 올해 역대 최고치의 수입 실적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 통계에 따르면 5월 기준 스카치, 버번, 라이 등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1만4169t으로 전년 대비 56.3% 증가한 상황입니다. 이 탓에 일부 위스키는 품귀 현상을 겪기도 했는데요.
해당 클래스에서는 매장에서는 품절된 상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 클래스에 참석한 30대 직장인 전기환 씨는 “산토리의 히비키 같은 구하기 어려웠던 술도 클래스에서 마셔 보면서 좋아하는 술의 종류가 넓어졌다”며 “취향을 찾는 여행을 하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날의분위기’의 위스키 클래스 ‘그날의분위기’는 박지웅 모임장이 2019년 11월부터 운영한 인문학 와인 모임 플랫폼이다. 와인, 미술 등의 주제로 운영되며, 현재까지 약 2000명이 참가했다. 2020년부터는 위스키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위스키 클래스의 경우 한 달에 약 2회 진행된다. 위스키 입문자 참가비는 12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