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판매량 지난해부터 내리막
제네시스·벤츠·BMW 브랜드 두각
하이브리드 장인 렉서스도 도전장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제네시스와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이 내연기관을 넘어 전기차 분야에서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때 미국 테슬라의 독주가 이어졌던 국내 전기차 시장에 프리미엄 브랜드가 경쟁력을 갖춘 신차를 잇달아 내놓으면서다.
2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는 다양한 차급의 신형 전기차를 출시하거나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먼저 아우디는 지난해 1587대가 팔리며 수입차 판매 5위에 오른 콤팩트 세그먼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4 e-트론 40’과 ‘Q4 스포트백 e-트론 40’의 연식 변경 모델을 내놨다.
Q4 e-트론 시리즈는 지난해 주행거리 기준 미달 이슈로 보조금 지금 명단에서 빠졌지만, 차급을 뛰어넘는 공간 활용도와 상품성에 힘입어 출시 2개월 만에 수입 물량을 모두 판매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BMW 역시 콤팩트 세그먼트 최초 순수 전기차인 ‘iX1’을 국내 시장에 출시하며 Q4 e-트론, 벤츠의 ‘EQA’ 등과 경쟁하고 있다. 앞서 준중형급 전기 SUV 'iX3'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이후 다양한 세그먼트에서 신차를 출시해 국내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순수 전기차 라인업인 EQ시리즈로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벤츠도 하반기 플래그십 전기 SUV ‘더 뉴 EQS SUV’를 선보인다. 벤츠는 이미 A클래스부터 S클래스, 소형부터 대형을 아우르는 차급별 순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독일 3사에 이어 일본 토요타 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도 최근 브랜드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를 탑재한 순수 전기차 ‘디 올 뉴 일렉트릭 RZ’를 출시하며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순수 전기차 ‘GV60’과 내연기관 플랫폼 기반의 파생형 전기차 ‘GV70 전동화 모델’, ‘G80 전동화 모델’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GV70 전동화 모델은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빌트의 전기차 비교평가에서 아우디 Q8 e-트론과 벤츠 EQE SUV를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프리미엄 전기차의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테슬라가 이렇다 할 신차를 내놓지 못하는 사이 경쟁사들이 앞다퉈 신차를 내놓으면서 브랜드별 점유율 변화가 뚜렷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준 벤츠와 BMW는 각각 2878대, 2246대씩을 판매하며 테슬라(1840대)를 제치고 나란히 수입 전기차 판매 1·2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지난 2021년 국내 시장에서 모두 1만7826대를 판매하며 수입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으나 지난해 18% 줄어든 1만4571대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벤츠(1363대→5006대)와 BMW(366대→4888대)의 전기차 판매량이 각각 267%, 1235%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제네시스의 존재감도 두드러졌다. 제네시스는 같은 기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3809대를 팔았다. 특히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GV60는 월 500대 이상의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파생형 전기차 역시 월평균 100~200대 이상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기차는 일부 마니아들이 구매하는 차’라는 인식이 나올 만큼 시장 규모가 작았고, 소비자들의 선택 폭 역시 한정적이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가 소형부터 대형, 승용부터 SUV까지 다양한 세그먼트와 라인업에서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벤츠와 BMW 등 일부 브랜드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단단한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고, 자동차 정비는 물론 충전 시설을 갖춘 서비스센터 등 국산 브랜드 못지않은 서비스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이들 브랜드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빠르게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