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밀양)=이정아 기자] 21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에 있는 삼양식품 밀양공장. 얼핏 봐도 수백개가 넘는 ‘불닭볶음면’이 일렬종대로 배치돼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봉지 라면이 가지런히 담긴 박스에는 ‘중국용’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거대한 로봇 팔이 56개의 박스들을 차곡차곡 쌓아, 랩핑까지 한 번에 마무리했다.
이어 국가별 패키지 포장이 끝난 묶음박스가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창고 관리 시스템에 따라 수출용 컨테이너로 이동됐다. 이곳에서 나오는 불닭볶음면의 80%가 중국으로 수출된다.
2400억 투자 ‘수출 전진기지’ 밀양공장, 생산 ‘불닭볶음면’ 80% 중국행
삼양식품은 지난해 5월 문을 연 밀양공장을 이날 처음으로 국내 언론에 공개했다. 밀양공장은 원부자재 입고부터 완제품 출고까지 전 과정에 자동화 관리 시스템이 적용된 생산공장으로, 삼양식품이 24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만든 축구장 10개 규모(지하 1층~지상 5층, 약 7만303㎡)의 대표적인 ‘수출 전진기지’다.
당초 삼양식품은 1700억원을 투입해 신공장을 준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외사업본부가 매년 수출액을 갱신하면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투자 규모를 700억원 확대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삼양식품이 2012년 선보인 불닭볶음면은 해외 수출이 본격화된 2016년 이후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9090억원)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만 66.6%에 달한다. 2016년(25.9%)과 비교하면 그 비중이 2.6배가량 뛰었다. 해외 매출 가운데 불닭볶음면 매출 비중만 따지면 무려 79%로 껑충 뛴다. 최근 6년 만에 기록한 ‘불닭볶음면 신화’는 삼양식품이 창사 이래 올해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 달성을 정조준하게 만들었다.
작년 매출 중 수출 3분의 2, 연매출 1조 눈앞…김정수 부회장 ‘통큰 결단’
이날 기자가 찾은 밀양공장에는 제면·증숙·납형·유탕·냉각·검출·포장 공정을 차례대로 거칠 수 있게 만든 8대의 생산라인이 설치돼 있었다. 하루 한 대의 생산라인에서만 분당 800개의 라면이 만들어진다. 기존 원주공장·익산공장과 비교하면 각각 1.9배·3.6배 빠른 생산 속도다. 자동화 관리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생산 투입 인원도 기존 원주공장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박인수 삼양식품 밀양공장장은 “밀양공장에서만 연간 6억7200만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올해 연간 4억5000만개 생산, 연간 매출액 3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 가까운 밀양공장, 물류비용 감소 효과…“‘K-푸드’ 상징성도 고려”
삼양식품이 신공장 부지로 밀양을 선택한 이유는 수출에 최적화된 입지 조건 때문이다. 밀양은 부산항과 인접해 있어 기존 원주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부산항으로 이동시키는 물류 비용을 63.1% 절감시킨다. 수출용 컨테이너 대당 65만원가량이 절약된 셈이다.
박 공장장은 “신공장 위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중국 징동그룹으로부터 현지 생산공장 건설을 제안받기도 했다”며 “그러나 국내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불닭이 지닌 ‘K-푸드’ 상징성 등이 고려돼 국내 공장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태양전지를 건물 외장재로 쓰는 밀양공장은 자체적으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하고 있다. 외벽 두 개 면에 설치된 924개의 패널은 약 760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전기량과 비슷한 수준을 생산해낸다. 매년 나무 896그루를 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195t을 감소시키는 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