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피자·치킨값 모두 올랐다…외식물가는 내려갈 수 있을까 [푸드360]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월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전년동월보다 13.1%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5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고르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주말 한 지상파 방송에서 국제밀 가격 하락 상황에 따른 라면값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자 고공행진 중인 외식 물가 상황의 심각성이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 속에서 최근 가격을 인상했던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초 아이스크림은 물론 치킨, 버거, 피자 등 가공식품부터 외식까지 물가가 올랐지만 업계에서는 원부자잿값 하락 만으로는 인하 요인이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밀값 내렸는데…” 정부, 라면가격 인하 압박

2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계는 최근 추 부총리가 언급한 '가격 인하' 카드를 두고 고심이 깊어진 상황이다. 추 부총리가 18일 한 방송에서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 비해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하락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시민들의 체감 물가 부담이 큰 상황을 반영한다. 지난달인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대로 상승폭이 둔화됐으나 시민들이 체감하는 먹거리 물가는 심각한 상황이다. 여름이 코앞인 현재 아이스크림 가격의 경우 전년 대비 20~50% 올랐다. 버거업계도 마찬가지였다. 1분기 버거 프랜차이즈업체들은 각각 ▷맥도날드 평균 5.4% ▷노브랜드버거 평균 4.8% ▷써브웨이 평균 9.1%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치킨업계의 경우 4월부터 교촌F&B가 최대 3000원 소비자가격을 올리며 ‘치킨 1마리 3만원 시대’가 더욱 가까워졌다.

라면·피자·치킨값 모두 올랐다…외식물가는 내려갈 수 있을까 [푸드360]
19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달 서울지역 평균 가격이 5년 전인 2018년에 비해 평균 28.4% 뛰었다. 여름철 대표음식 냉면도 성수기를 맞아 들썩이고 있다. 같은 날 명동의 한 음식점 앞에 음식 가격이 붙어 있다. [연합]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외식, 가공식품의 상승률이 특히 높다. 지난해 9월(9%)과 올해 3월(10.4%) 정점을 찍은 외식 물가상승률은 2020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30개월 연속 올랐다. 5월 기준 외식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5월 대비 6.9%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3.3%)의 2배가 넘는다.

직장인들의 밥값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서민음식으로 알려진 외식 메뉴인 김밥·자장면 가격은 최근 5년 사이 40% 넘게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가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달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5년 전인 2018년에 비해 평균 28.4% 상승했다. 이 중 지난달 기준 1만원 내에서 먹을 수 있는 외식 메뉴는 ▷김밥 ▷자장면 ▷칼국수 ▷김치찌개백반, 4가지에 그쳤다. 2018년에는 냉면과 비빔밥이 포함돼 6가지였다.

꿈쩍않는 외식·가공식품 물가…30개월 연속 상승

정부는 지난달 농축산물 물가상승률(1.4%)은 하락했지만 여전히 물가 상승 요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건비와 공공요금 등 간접 비용이 여전히 비싼 상황이라서다. 20일 진행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우유 등 농식품 물가 관리방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원상 농식품부 원예산업과장은 “외식업은 상품(식품)과 서비스가 동시 제공되는 특성이 있어 식재료만 볼 수 없다”면서 “지난해 외식업실태조사에 따르면 가격 중 식재료 비중은 41%였고 나머지 인건비(34%), 임차료(10%), 세금(7%) 등 간접 비용이 절반을 넘는다”고 말했다.

라면·피자·치킨값 모두 올랐다…외식물가는 내려갈 수 있을까 [푸드360]
햄버거 이미지 [헤럴드경제DB]

이에 정부는 외국인력 고용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식품업계의 인력난 해소를 돕겠다는 구상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주중 25시간인 외국인 유학생(D-2 비자)의 시간제 취업 허용시간을 30시간으로 연장하는 것을 법무부와 함께 검토 중이다. 올해 1월부터는 방문취업 외국인(H-2)의 취업 허용업종을 ‘음식업종 및 주점업’ 전체로 확대하고 5월부터는 재외동포(F-4)의 음식점업 취업 제한을 해제한 상태다.

“‘외식물가=식품+서비스’ 특성…간접비용 영향력 커”

그러나 단기적인 인력 수급을 넘어 공공요금 상승이나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임대료 등도 넘어야 할 벽이다. 산업용 전기료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kWh(킬로와트시)당 8원이 인상이 결정된 상태다. 지난해 12.5% 인상에 이어 올해 1분기 이미 24.95% 올랐기 때문에 업체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에 연동되는 산업용 가스요금는 올해 6월 1일 하반기 도시가스 도매요금 기준 MJ당 19.4351원으로 1년 전(18.8435원) 대비 약 3.1% 올랐다. 이 가격은 3년 전인 2020년 7월 1일 하절기 요금 대비 약 2배에 가까운 수치다.

라면·피자·치킨값 모두 올랐다…외식물가는 내려갈 수 있을까 [푸드360]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우유 등 농축산물 물가 관리방안’ 관련 기자간담회의 모습. 김희량 기자

식품업체 “원가 요인 복합적” vs 소비자단체 “가격 인하해야”

현재 설탕을 제외한 밀가루, 팜유 등 국제 가격이 전년 대비 각각 38.3%, 39.9% 줄어든 상황이지만 업계는 마냥 웃을 수 없다. 평년 대비 여전히 높은 데다 이미 지난해 높은 가격으로 관련 물량을 구입해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부재료 가격뿐만 아니라 인건비, 물류비 등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들은 복합적이어서 특정 항목의 가격 변동에 따라 즉각적으로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 인하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일 성명서를 내고 “식품업체들은 고물가 상황에서 원부자잿값 인상을 이유로 거침없이 가격을 올렸다”며 “원재료 하락 요인이 발생한 지금 빠르게 소비자가에 적용해 소비자들도 이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면·피자·치킨값 모두 올랐다…외식물가는 내려갈 수 있을까 [푸드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