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가 7737만~8163만원…4인·액티비티·의전용 타깃

전기 SUV 외 기존 내연기관 고급 RV 모델과 경쟁 전망도

기아 ‘EV9’, 찐 라이벌은 ‘카니발 하이리무진’ ·‘GV80’? [여車저車]
기아 플래그십 전기 SUV ‘EV9’. [기아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기아 브랜드 최초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기아 EV9’(이하 EV9)이 국내 시장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전기차 시장은 물론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레저용 차량(RV) 시장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기아는 19일 EV9을 출시하고, 고객에게 차례대로 차량 인도를 시작한다. EV9은 현대자동차그룹 순수 전기차 플랫폼 ‘E-GMP’에 기반한 두 번째 모델로 지난달 15일 사전계약 시행 단 8일 만에 1만367대의 계약 건수를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EV9이 전기 SUV 시장 외에도 아직 기존 내연기관 모델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국내 레저용 차량(RV)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5000㎜가 넘는 넘는 차체 크기와 기아의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카니발 하이리무진’이나 제네시스 ‘GV80’과 직접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차체 크기만 놓고 보면, EV9은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 부문에서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실제 차량의 제원을 살펴보면, 전장은 5010㎜, 전폭과 전고는 각각 1980㎜, 1750㎜다.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축간거리(휠베이스)는 3100㎜다. 전장은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4995㎜)보다 15㎜ 더 길고, 휄베이스는 같은 브랜드 기아 미니밴 '카니발'(3090㎜) 대비 10㎜ 더 길다.

EV9 개발을 담당한 김현욱 현대차·기아 중형패키지팀 책임연구원과 김평 중형 2PM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미디어 인터뷰에서 EV9의 특장점으로 넉넉한 실내공간을 꼽으며 '패밀리카'로 매력을 강조했다.

김현욱 연구원은 “기아 모하비, 현대차 팰리세이드 등 기존 대형 SUV 모델의 경우 3열에 탑승했을 때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EV9의 3열은 수치상으로도 더 크고, 탑승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평 연구원 역시 “EV9은 나만의 스타일과 개성을 표현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이 될 것”이라며 운전자와 운전자의 가족 모두를 위한 ‘최상의 패밀리카’로서 경쟁력을 강조했다.

기아 ‘EV9’, 찐 라이벌은 ‘카니발 하이리무진’ ·‘GV80’? [여車저車]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기아 제공]

회사 측이 강조한 EV9의 정체성은 한발 앞서 기아가 출시한 4세대 미니밴 ‘카니발 하이리무진’ 모델과 닮았다. 카니발 하이브리드 모델은 ‘테일러드 스페이스(맞춤 공간)’을 콘셉트로 기본 모델 대비 최대 291mm 늘어난 헤드룸, ‘2.3열 LED 독서등’, 전용 ‘앰비언트 무드램프’ 등 다양한 편의사양을 탑재했다.

당시 기아에서는 “유명 인사들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가족들에게 최적화된 모델”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RV모델에는 제네시스의 첫 번째 SUV GV80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럭셔리 대형 SUV 시장에서 수년째 월 1000~2000대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EV9은 GV80과 법인차 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진행된 EV9 사전계약에서 법인 고객은 전체 계약의 40%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79%는 2열 거주 환경에 비중을 높게 둔 6인승 시트를 선택, 임원용 또는 주요 VIP 의전용 ‘쇼퍼 드리본’ 차량으로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차량 가격 면에서도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EV9의 판매 가격은 환경친화적 자동차 세제해택 후 개별소비세 3.5% 기준 7337만원부터 8163만원이다. 3분기 출시를 앞둔 상위 모델인 EV9 GT-라인의 경우 일부 옵션을 추가하면 9000만원대까지 가격이 올라 사실상 프리미엄급 RV 모델들과 타깃 고객층이 맞닿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카니발 하이리무진의 차량 가격은 6096만~8683만원, GV80은 6430만~7360만원으로 EV9 일반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EV9은 기본 모델 가격이 7000만원대부터지만, 국내 최초 ‘레벨 3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GT라인에서 일부 옵션을 더 추가하면 차량 가격만 9000만원대까지 오른다”며 “개발담당자들이 국내 RV 모델을 직접 언급하며 패밀리카로서 EV9의 경쟁력을 강조했고, 여기에 각종 편의사양과 가격대만 놓고 보더라도 수입 대형 SUV 또는 국내 프리미엄급 RV 모델과 수요층이 겹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기아 ‘EV9’, 찐 라이벌은 ‘카니발 하이리무진’ ·‘GV80’? [여車저車]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