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규모 역마진 우려에도

금융위 압박(?)에 기본금리 올려

비과세혜택까지…가입자 몰릴듯

인기 높으면 은행·정부부담 커져

가산금리·세부담 높여야 유지가능

국민부담 청년혜택…생색은 정부

결국 은행들이 청년도약적금 기본금리를 올렸다. 정부의 압박(?) 때문이다. 은행들이 호구(虎口)는 아니다. 비용을 마련할 길을 분명 만들 것이다.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법이 가장 쉽다. 가산금리에 슬쩍 넘기면 된다. 정부도 충분히 예상한 방법일 지 모른다. 대출 없는 가구가 거의 없다. 정부가 청년들의 민심을 얻을 지는 몰라도 결국 국민들의 그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은행들이 지난 8일 제시한 청년도약적금 금리는 기본 3.5%, 저소득우대 0.5%, 거래실적우대 2% 등 최대 6.0%다. 14일 은행들은 기본 4.5%, 저소득우대 0.5%, 거래실적 우대 1% 등으로 수정했다. 역시 최대치는 6%다. 가입자가 최소 연 5% 이상은 받을 듯싶다. ‘연 6%’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최대 월 70만원 납입시 5년 5000만원 목돈 마련’ 목표를 위한 최소 수준이다.

청년도약적금은 월 저축액에 따라 정부가 2만4000원에서 2만1000원 씩을 보조한다. 최소 연 3% 이자를 나라에서 주는 셈이다. 여기에 연 5% 이자와 비과세혜택을 더하면 실질금리는 연 10% 이상이다.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가 조금 더 오를 수 있지만 내년 또는 내후년엔 떨어질 확률이 높아졌다. 가입 자격만 된다면 청년도약적금은 일단 들고 볼 일이다.

청년도약적금은 소득기준이 연간 총 급여액이 7500만원으로 청년희망적금(3600만원)의 2배를 넘는다. 가구소득 기준도 중위 평균의 180%로 2인 가구 기준 622만원이다. 정부가 예상한 가입자는 300만명이지만 실제 가입대상은 400~500만명으로 추산했다. 혜택이 적지 않은 만큼 가입자 수가 예상을 웃돌 가능성이 커보인다.

4월 기준 예금은행 평균 3~4년 정기적금 금리 4.25%다. 청년도약적금 가입자 300만명에 은행이 이자 1%를 추가로 줄 때 필요한 비용 총액은 5년간 최대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400만명이면 3조원, 500만명이면 3조5000억원이다. 물론 첫 3년간만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만큼 시장금리가 반영되는 4년차부터는 부담이 줄 수 있다. 그래도 엄청난 액수다.

청년도약적금 탓에 대출금리 오르나…은행은 ‘호구’가 아니니[홍길용의 화식열전]
※ 올들어 금리 오름세가 하락반전했지만 은행들의 잔액기준 대출금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과연 은행들이 연간 수 천억원에 달하는 비용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까? 이익을 줄여 이 비용을 감당한다면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떨어져서 주주들에게 혼쭐나는 것은 물론 자기자본비율 부담으로 건전성 압박까지 받을 게 뻔하다. 의외로 부담을 줄일 방법은 간단하다. 대출금리에 가산금리 명목으로 해당 비용을 얹으면 된다. 좋게 말하면 십시일반(十匙一飯), 나쁘게 말하면 떠넘기기다.

4월말 기준 예금은행 대출금 총액은 2200조원이다. 이 중 절반 가량이 변동금리 대출이라고 하면 0.005%포인트만 대출금리를 올려도 5500억원의 이자수익이 늘어난다. 1억원 빌리는 이들한테 연 5만원씩 이자를 더 받는 셈이다. 은행들은 이익 목표를 정해서 이를 가산금리에 반영한다. 시장금리 움직임과 다를 수 있다. 잔액기준 대출은 개별적으로 금리조정이 이뤄져 정부 개입도 쉽지 않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의 탐욕으로 인한 인플레이션(greed inflation) 문제를 지적했다. 기업들이 물가상승을 빌미로 값을 올려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한다는 문제 제기다. 값을 올리면 수요가 줄어드는 게 시장의 기본원리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밑지고 장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다만 공공 영역에 포함되거나 해당 기업이 독과점적 지위에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2월 판매를 시작한 청년희망적금도 신청 초기부터 가입신청이 폭주해 예산을 초과하자 판매를 조기에 종료했다. 청년희망적금은 지난 정부의 사업이었다. 청년도약적금은 이번 정부의 사업이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공약이었던 정책금융에 제한을 두기는 어렵다. 예산부담에도 정부가 끝까지 은행들을 압박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금융위는 청년도약적금 가입자를 300만명 정도로 예상하고 올해 6~12월 지원금 예산으로 3678억원을 책정했다. 월 525억원 꼴이다. 5년이면 3조1500억원이 넘는다. 가입자는 400~500만명으로 늘어나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 수 있다. 올해 세수 부족이 심각하다. 최근 개별소득세를 인상한 것처럼 사실상의 증세를 하던지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할 듯 보인다.